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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출제_한거십팔곡_권호문_작품 원문-전문-현대어풀이-해설-정리-분석-사대부의 출과 처에 대한 인식

국어모의고사사전

by 국어벅스 2023. 6.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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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기출 고전시가 - 권호문, 한거십팔곡

 전 19수의 연시조 한거십팔곡(권호문)은 퇴계 이황의 제자 권호문이 벼슬길을 마다하고 자연에 은거하며 쓴 연시조이다. 「한거십팔곡(閒居十八曲)」은 ‘한가로운 삶을 노래한 18개의 노래’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19수의 시조로 구성되어 있다. 벼슬길과 은거 생활의 갈등에서부터, 속세에 미련을 버리고 강호의 풍류를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2019 9월 모평, 2008 대수능에 출제된 작품이다. 한거십팔곡은 강호한정(江湖閑情)을 노래한 일반적인 시조와는 달리, 벼슬길에 나서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삶에 대한 미련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즉, 작가의 벼슬길과 자연에 은거하는 삶 사이의 현실적인 내적 갈등을 보여 준다. 화자의 이러한 내적 갈등을 드러내는 시어, 시구에 주목하여 갈등 해소의 이르는 과정을 감상하도록 한다. 

 

[주제] 벼슬에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연에 은거하는 삶의 즐거움

 

 

 

 

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권호문-한거십팔곡-연시조-전문-원문-현대어풀이-작품해설

권호문 <한거십팔곡> 전 19수 원문

 연시조 <한거십팔곡>전문 원문은 중세국어 표기 깨짐이 발생하여 사진 파일로 첨부합니다. 원문 표기를 참고하여 아래 현대어 풀이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는 <제1수>, <제3수>, <제8수>, <제13수>, <제17수>, <제19수>가 출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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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문 <한거십팔곡> 전문 현대어 풀이

[제1수] 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출제

평생에 원하는 것이 다만 충효뿐이로다.

이 두 일 말면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충효를 다하고자 하여 십 년을 허둥대노라.

→제1수: 충효를 실천하고자 했던 삶, 평생토록 충효를 추구하는 마음

 

[제2수]

글재주를 서로 견주어 살펴보다 보니 공명이 늦었다.

책 상자를 지고 스승을 찾아 이리저리 다녀도 이루지 못할까 하는 뜻을

세월이 물 흐르듯 하니 못 이룰까 걱정되는구나.

→제2수: 계교로 인해 입신이 늦은 안타까움

 

[제3수] 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출제

비록 못 이뤄도 자연이 좋다.

아무 욕심 없는 물고기와 새는 절로 한가하나니

조만간 세속의 일을 잊고 너를 좇으려 하노라.

→제3수: 속세를 잊고 자연 속에서 살고자 하는 소망

 

[제4수]

강호에 놀자 하니 임금을 저버리겠고,

임금을 섬기자고 하니 즐거움에 어긋나네.

혼자서 자연과 벼슬길 사이에 서서 갈 데 몰라 하노라.

→제4수: 임금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과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 사이의 갈등

 

[제5수]

어쩌랴 이럭저럭 이 몸이 어찌할꼬.

도를 행하는 것도 어렵고 은둔처도 정하지 않았네.

언제나 이 뜻 결단하여 내 즐기는 바 좇을 것인가.

→제5수: 자연을 즐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제6수]

하려 하려 하되 이 뜻을 못 하였네.

이 뜻을 하며는 지락이 있으리라.

우습다, 엊그제 않던 일을 누가 옳다 하던고.

→제6수: 지락을 따르지 못하는 삶에 대한 자조

 

[제7수]

그만두자 그만두자 하되 이 일 그만두기 어렵다.

이 일 그만두면 내 몸이 한가하다.

어쩌랴, 엊그제 하던 일이 다 그른 줄 알겠네.

→제7수: 벼슬에서 물러나는 일에 대한 고민

 

[제8수] 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출제

벼슬길에 나아가면 임금을 섬기며 백성을 윤택하게 하고 (산림에) 은거하면 자연을 벗 삼아 지낸다.

현명하고 사리에 밝은 군자는 이럴수록 (자연을 벗 삼는 것을) 즐기나니

하물며 부귀는 위기가 있으니 가난한 삶을 누리리라.

→제8수: 부귀를 좇지 않고 자연 속에서 가난한 삶을 살겠다는 선택, 나아가면 임금을 섬기고, 들어오면 자연을 즐기는 군자의 삶을 지향함

 

[제9수]

청산이 시냇가에 있고, 시내 위에 내 낀 마을이라.

초당의 마음을 갈매기인들 제 알겠는가.

대나무 창 고요한 밤 달 밝은데 거문고가 있느니라.

→제9수: 고요한 밤의 정취

 

[제10수]

빈궁과 영달을 뜬구름같이 보아 세상사 잊어 두고

좋은 산 아름다운 물가에 노는 뜻을

원숭이와 학이 내 벗 아니거늘 어느 분이 알아줄까?

→제10수: 세상사를 잊고 자연 속에 사는 뜻

 

[제11수]

바람은 절로 맑고, 달은 절로 밝다.

대나무 정원 솔기둥에 먼지 한 점 없으니

거문고 만 권 책이 더욱 맑고 깨끗하다.

→제11수: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즐거움과 청빈한 삶

 

[제12수]

비 갠 후 밝은 달이 구름을 뚫고 소나무 가지 끝에 날아오르니

한껏 밝은 달빛이 푸른 시냇가 중에 비치거늘

어디 있던 무리 잃은 갈매기가 나를 따라 노니는구나.

→제12수: 달밤에 느끼는 물아일체의 심정

 

[제13수] 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출제

날이 저물거늘 전혀 할 일 없어

소나무 문 걸어 닫고 달빛 아래 누웠으니

세상에 티끌 같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

→제13수: 속세를 잊고 살아가는 삶

 

[제14수]

달빛과 냇물 소리 뒤섞여 빈 정자로 오거늘

달빛은 두 눈으로 물소리는 두 귀로

들으며 보며 하니 세상이 하나로 밝구나.

→제14수: 정자에서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

 

[제15수] 주색을 따르자니 시인의 일 아니고

부귀를 구하자 하니 마음이 아니 가네.

두어라, 어부 목동 되어 적막한 물가에 놀자.

→제15수: 주색과 부귀를 멀리하고 자연 속에서 노는 삶

 

[제16수]

나아가고 물러감에 도가 있으니 버리면 구태여 구하랴.

산 남쪽 물 북쪽에 병들고 늙은 나를

뉘라셔 나라 구할 보물 가졌다고 오라 말라 하느뇨?

→ 제16수: 벼슬에서 물러나는 도(道)

 

[제17수] 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출제

성현이 가신 길 만고에 한 가지라.

숨거나 나아가거나 도가 어찌 다르리.

한 가지 도(道)요 다르지 않으니 아무 덴들 어떠리.

→제17수: 은둔하거나 벼슬길에 나아가거나 한가지 도라는 인식

 

[제18수]

낚시터 비 개거늘 푸른 이끼 돛을 삼아

고기 헤아리며 낚을 뜻을 어이하리.

초승달이 은낚시 되어 푸른 물에 잠겼다.

→제18수: 낚시하며 바라본 달밤의 풍경

 

[제19수] 2023년 6월 고3 모의고사 출제

강가에 누워서 강물을 바라보는 뜻은

가는 것이 이 물과 같으니 백 년 동안 그 얼마이겠는가?

십 년 전 속세에 집착했던 마음이 얼음 녹듯 하는구나.

→ 제19수: 속세의 집착에서 벗어남, 갈등 해소

 

 

 

권호문 <한거십팔곡> 핵심정리

지은이: 권호문(權好文 1532~1587) 호는 송암(松巖). 이황(李滉)에게서 글을 배웠다. 진사(進士)에 급제하였으나,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청성산(靑城出) 밑에 무민재(無悶齋)를 짓고 시문으로 지냈다. 만년(晩年)에는 그의 덕망을 우러러 모여 드는 문인들이 많았고. 사후에는 송암서원(松巖書院)을 세워 모셨다. 경기체가(景幾體歌)인 “독락팔곡(獨樂八曲)”과 시조 19수가 전한다.

• 갈래:  평시조, 연시조(전 19수)

연대: 조선 전기 선조 때

성격:유교적, 교훈적, 은일(隱逸)적, 전원적, 한정가(閑情歌)의 성격을 띠지만,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대한 작가의 미련이 담겨 있다.

• 제재: 벼슬길과 은거(隱居)하는 삶

주제: 유교적인 깨달음의 실천과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소망, 안빈낙도의 즐거움과 입신양명에 대한 미련, 자연에 은거하는 삶의 즐거움 

• 구성: 작품 전체가 현실세계로부터 일탈하여 강호자연 속으로 침잠(沈潛)하기까지의 과정을 시간적 계기에 의하여 단계적·논리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강호 한정의 추구가 무위자연을 위한 것이 아닌 현실의 근심을 잊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의의: 퇴계 이황의 영남 학풍을 계승, 강호가도의 맥을 잇고 있고, 인간적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제시되어 있다.

출전: “송암집(松巖集)”

특징

- 무심어조: 공명에 대한 욕심을 비우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을 투영한 객관적 상관물

- 대구법, 대조법, 설의법, 과장법, 열거법을 활용하고 있다.

- 한자 표현이 많으나, 단아하고 우아한 풍취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강호한정을 노래하고 있으면서도 맹사성이나 윤선도의 작품과는 다른 기품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 자체를 노래한다기보다는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심회가 드러나 있으나 표현이 직접적이지 않고 자연의 감상을 통해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한거십팔곡> 작품해설

 ‘한가하게 산다’는 뜻을 지닌 조선 선조 때 권호문이 지은 총 19수의 연시조로,유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벼슬길에 오르는 삶과 자연 속에서 은거하며 강호 한정을 즐기는 삶 사이에서 갈등하다 속세를 벗어나 강호의 풍류를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각 연이 독자적인 주제로 병렬적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전체가 의미상의 맥락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화자의 내면 의식을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강호 한정의 추구가 무위자연을 위한 것이 아닌 현실의 근심을 잊기 위한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자연 속에 은거하면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작가의 사대부로서의 의식이 드러나 있다.

 

<한거십팔곡> 화자의 상황, 정서, 태도

• 화자의 상황·정서·태도

- 자연 속에 은거하며 즐거움을 느낌  ⇔  벼슬길에 올라 임금을 섬기고자 함

- 자연을 즐기는 삶과 공명을 추구하는 삶 사이에서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한거십팔곡> 화자의 내적 갈등

 이 작품에는 유교적인 가치를 추구하던 작가가 자연에 은거하면서 갖게 된 심적 갈등이 드러나 있다. 속세를 떠나 자연에 은거하고자 하면서도 때때로 정치에의 참여 욕구로 인해 번민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자연에서의 삶에 대한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갈등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한거십팔곡 화자의 내적 갈등

 

 <한거십팔곡>에서는 ‘치군택민’과 ‘조월 경운’ 사이에서 고민하는 화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치군택민’은 ‘임금과 함께 정치를 하며 백성을 윤택하게 한다.’라는 말로 세상에 나가 충성을 다하고 백성들을 위해 일하는 삶을 뜻하고, ‘조월 경운’은 ‘달을 낚고 구름을 경작한다.’라는 말로 자연에 묻혀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뜻한다. 유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대부로서 화자는 ‘치군택민’과 ‘조월 경운’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이다.

 <제2수>에서 화자는 ‘계교’로 인해 ㉮에 나서는 일이 늦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제2수>에서 화자는 ‘계교’로 인해 ‘공명’이 늦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때 ‘공명’은 대체로 벼슬에 올라 이름을 널리 알리는 삶을 의미한다.

<제3수>에서 화자는 ‘세사’를 잊고 ㉯를 중심에 둔 삶을 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제3수>에서 화자는 ‘임천’에서 지내는 삶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임천’은 ‘세사’를 벗어나 ‘조월 경운’하는 삶을 상징하는 시어이다.

<제4수>와 <제5수>에는 ㉮와 ㉯ 사이에서 고민하는 화자의 모습이 부각되어 있다. <제4수>에서 화자는 ‘강호’와 ‘성주’ 사이에서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으며, <제5수>에서는 ‘이 몸이 엇디할고’라고 하며 자신의 고민을 밝히고 있다.

<제6수>와 <제7수>에서 화자는 심리적 갈등을 구체적으로 털어놓고 있다. <제6수>에서는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못 했던 지극한 즐거움이 있는 삶, 즉 조월 경운(㉯)의 삶과 관련된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고, <제7수>에서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할 수밖에 없었던 일, 즉 치군택민(㉮)을 위해 정치에 나갔던 일에 대해 돌아보며 ㉯를 떠올리고 있다.

<제8수>에서 화자는 ㉮와 ㉯가 ‘명철 군자’가 취할 수 있는 삶의 양상이라 판단하고 있다.<제8수>의 중장에 언급된 ‘명철 군자’는 ‘출’하고 ‘처’함에 따라 각각 ‘치군택민’하고 ‘조월 경운’하는 삶을 수용하는 존재로 제시되고 있다.

 

권호문의 삶, <한거십팔곡>에 담긴 삶의 지향점

 조선 시대에 과거 급제는 개인이 입신양명하는 길이자 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을 보필할 수 있는 주된 통로였다. 권호문 역시 이를 위해 과거에 여러 번 응시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모친 사후, “뜻을 얻으면 그 은택을 백성들에게 베풀고, 뜻을 얻지 못하면 자신을 수양한다.”라는 유교적 출처관(出處觀)에 따라 은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그는 42세 이후 줄곧 조정에 천거되어 정치 현실로 나올 것을 권유받았으나 매번 이를 거절했다. 「한거십팔곡」에는 권호문의 이러한 삶과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호문은 퇴계 이황에게 수학하며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로, 진사과에 합격하고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은 것 역시 이황의 영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기에는 당대를 혼탁하다고 여겨 출사를 꺼린 선비들도 많았고, 권호문 역시 스스로 평생 자연에 머물며 자신의 유학자적인 이상을 펼치고자 하였다.당대 선비들이 당대를 혼탁하다고 설명하였고 그중 한 사람이 권호문이라고 하였으므로, ‘세사’에 대한 작자의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작가가 진사과에 합격하고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작가의 삶을 참고할 때 작가는 원한다면 ‘치군택민’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당대 선비들이 당대를 혼탁하다고 여겼고 권호문은 평생 자연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러한 당대의 현실이 바탕이 되어 작가는 ‘부귀 위기’라는 인식을 가졌을 것이며, 이로 인해 ‘빈천거’를 선택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작가는 자연 속에서도 유교적 이상을 펼치려 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제1수>에서 평생토록 충효를 추구했음이 드러나므로 ‘충효’는 그 이상적 가치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송암(권호문)은 (어머니의) 상(喪)을 이미 마치자 공(권호문)이 탄식해 말하기를, “처음 내가 과장(科場과거시험)에 뜻을 굽힌 것은 어머니가 살아계셨기 때문이다. 지금 가령 과장(科擧)에 급제한들 누구를 위한 영광이 되겠으며 곧 과장(科擧) 공부를 한들 어디에 쓰겠는가?” 하였다. 퇴계 선생이 듣고 기뻐하여 말하기를, “과거 공부는 이미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즉 일찍 판단을 하여 내가 좋아하는 바를 쫒아 즐김(종아소락從我所樂)만 못하다. 단 그 좋아하는 바에는 또한 갈래 길이 많으므로 가히 살펴 골라서 힘을 더하지 않을 수 없다.

송암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3년상을 마치고는 과거 공부를 단념하겠다는 생각을 굳게 한다. 이 말에 스승인 퇴계도 기뻐하여 산림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이것이 송암 35세 때의 일이다. 그럼에도 그 후에 송암은 다시 대과(大科)에 응시한다.

일찍이 학봉 김공과 더불어 이업산사(肄業山寺)에서 약속하여 말하기를, “두 사람이 올해에 곧 급제하지 못하면 반드시 청성주인(靑城主人)이 되자.”고 했다. 이 해에 학봉은 급제를 했으나 공(권호문)은 급제하지 못했다. 이에 이르러 드디어 그곳에 거처하니 대개 평소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학봉이 대과에 급제한 해가 1567년이니 이 때는 송암 37세로 과거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한 지 2년 뒤의 일이다. 이것은 송암이 당시 선비로서의 시대적 이념(“이 두일 말면 금수(禽獸)ㅣ나 다라리야”<1곡>)에 철저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이후 송암은 정녕 과거를 단념하고 오로지 처사의 삶을 살고자 뜻을 세워 실천한 것으로 보인다.

 

한거십팔곡 이해와 감상

 벼슬길에 나가 임금을 섬기는 삶과 은거하여 자연을 즐기는 삶 사이의 고민을 드러낸 뒤, 강호를 즐기며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사대부의 심회를 술회하는 총19수의 연시조 작품이다. 특히 작품의 전반부(제1수~제8수)에는 사대부로서의 고민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입신양명’을 추구하는 삶(치군택민)과 ‘강호한정’을 추구하는 삶(조월 경운)을 교차적으로 드러내면서 당대 사대부들의 현실 인식과 대응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전 19수의 연시조로, 현실 세계에서의 ‘사대부로서의 삶’과 강호에서의 ‘은자로서의 삶’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고, 결국 강호에서의 삶을 선택하고 있는 화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화자가 현실 세계로부터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삶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드러내고 있으며, 강호에서의 물아일체적 삶을 즐기는 모습, 세속적 욕망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모습 등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한거십팔곡(閑居十八曲)은 벼슬을 단념하고 산림처사로 자처하는 심정을 연시조로 나타냈다. 벼슬길과 은거 생활의 갈등에서부터, 속세에 미련을 갖지 않고 강호의 풍류를 즐기며 살아가는 담담한 심회를 적어 내려간다. 현실 세계로부터 일탈하여 강호 자연 속으로 침잠하기까지의 과정을 시간적 계기에 의해 단계적, 논리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의 아름다움 자체를 노래한다기보다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심회가 드러나 있으나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연의 감상을 통해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강호가도의 후기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연이라는 공간을 문학 속으로 끌어들여 작자의 실존적 모습을 제시한 작품으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작가는 평생 자연에 머물며 자신의 유학자적인 이상을 펼치고자 했던 전형적인 처사로, 정치적 실패나 좌절 같은 쓰라린 체험 없이 스스로 은거하여 치사 한적(致仕閑寂)의 감회를 노래한 ‘한거십팔곡’은 오히려 강호 문학의 진정성을 더해 준다. 이 작품에서의 자연은 현실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나 일시적인 도피처가 아니라 언제나 작가가 함께 하고픈 물아일체의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자연에서의 삶을 통해 작자의 실존적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권호문 <한거십팔곡> 표현상 특징

화자가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강호 한정을 즐기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화자가 내적 갈등 해소를 시간적 과정에 의해 드러내고 있으며, 강호에서의 물아일체적 삶을 즐기는 모습, 세속적 욕망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모습 등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주로 한자 표현이 다수 사용되었다. 

대구법: <제8수> 출하면 치군택민 처하면 조월경운 / <제4수> 강호에 놀자 하니 임금을 저버리겠고, 임금을 섬기자고 하니 즐거움에 어긋나네.

대조법: 강호, 임천(자연) ↔ 세상일, 부귀, 티끌 마음(속세) 등

설의법: <제17수> 은커나 현커나 도가 어찌 다르리, <제18수> 세월이 빠르니 백세인들 길겠느뇨

영탄법: 감탄형 어미(-노라, 로다 등)를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의인법: 무심 어조를 '너'로 표현함, 자연물을 ‘너’로 호칭하여 친근하게 나타냈다.

대유법: ‘임천(林泉)’, ‘강호’ 는 자연을 빗댄 표현이다. 

• 직유법: ‘세월이 물 흐르듯 하니’

• 질문의 형식으로 화자가 가진 걱정이나 고민을 강조하고 있다. → <제5수>와 <제6수>의 경우 종장을 질문의 형식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질문 형식을 활용하여 화자 자신이 지니고 있던 걱정이나 고민을 부각하는 것이다.

유사한 문장 구조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대비하고 있다. <제4수>의 경우 ‘강호애 노쟈 하니 ~’와 ‘성주를 셤기쟈 하니~’와 같이 유사한 문장 구조가, <제6수>와 <제7수>의 초장에는 각각 ‘하려 하려 하되~’, ‘말리 말리 하되~’와 같이 유사한 문장 구조가 나타난다. 또한 이러한 문장을 각기 다른 삶의 양상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고 있다.

계절감을 지닌 시어를 활용하여 화자의 처지나 심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 시의 <제8수>까지 화자는 ‘치군택민’의 삶과 ‘조월 경운’의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호’와 같은 자연의 공간이 언급되고 있지만, 특정한 계절이 강조되고 있지는 않다. 특히 계절감을 지닌 시어는 나타나지 않는다.

앞에서 한 말을 다시 이어받아 언급하면서 사고의 흐름을 드러내고 있다. <제4수>의 ‘성주를 바리례고 / 성주를 셤기쟈 하니’, <제6수>의 ‘이 뜻 못 하여라 / 이 뜻 하면’, <제7수>의 ‘이 일 말기 어렵다 / 이일 말면’을 보면 초장의 마지막 구절과 중장의 첫 구절이 대비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초장에서 한 말을 중장에서 다시 이어받으면서 사고가 진행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의인화한 자연물에 친밀감을 드러내며 화자가 지향하는 바를 밝히고 있다. <제3수>에서 ‘무심 어조’를 ‘너’라고 칭하며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화자가 지향하는 바가 ‘임천’에서의 삶임을 드러내고 있다.

 

권호문 <한거십팔곡> 주요 시어의 의미

• 대립적 시어의 활용을 통해 화자가 지향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 자연을 뜻하는 시어: 임천, 무심어조, 강호, 조월경운, 호산가수, 적막빈, 벽계심

    ↕ 대립적

- 속세를 뜻하는 시어: 공명, 세상일, 성주, 치군택민, 부귀, 진세일념

• ‘충효’는 화자에게 있어, 평생에 걸쳐 추구해야 하는 이상적 가치이다. <제1수>에서 화자는 자신이 평생에 원하는 것이 ‘충효’를 이루는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 ‘부급 동남’은 ‘공명’을 이루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시어이다. <제2수>에서 ‘부급 동남’이란 ‘책을 지고 동남으로 스승을 찾아다님.’을 뜻한다. <제2수>의 중장과 종장에서 ‘부급 동남’하면서 ‘공명’을 이루려고 해도 그것을 못 이룰까 걱정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 ‘행도’는 현실의 고민에서 벗어나 ‘소락’을 마음껏 누리는 삶을 빗댄 표현이다. <제5수>에서 화자는 ‘행도’도 어렵고, ‘은처’는 정하지 아니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 ‘행도(行道)’란 ‘도를 행함.’, 즉 사대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삶을 의미한다. ‘소락’, 즉 자연을 마음껏 즐기며 사는 것은 현실을 벗어난 ‘은처’에서나 가능한 일이므로 적절하지 않은 설명이다.

• ‘우읍다’는 ‘이 뜻’에 관심을 가지게 된 화자의 태도 변화에 대해 평가하는 말이다. <제6수>에서 화자는 ‘엊그제 아니턴 일’을 하려고 하는 자신을 보고 ‘우읍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자연과 함께하는 삶, 즉 ‘이 뜻’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자신의 태도 변화에 대해 스스로 우습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 ‘빈천거’는 화자의 관점에서 볼 때, ‘부귀’보다 가치 있는 삶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제8수>에서 화자는 ‘부귀 위기ㅣ라’라고 밝히며, ‘빈천거’의 삶을 선택하고 있다.

 

연시조 <한거십팔곡> 시상의 흐름

 조선 선조 때 권호문(權好文)이 지은 총 19수의 연시조 작품으로 벼슬길과 은거 생활의 갈등에서부터, 속세에 미련을 갖지 않고 강호의 풍류를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현실세계를 초월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다른 연시조 작품과는 달리 각 연이 독자적인 주제에 따라 개별적으로 노래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의미상의 맥락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시상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연시조는 단순히 평시조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다. 연시조의 각 수들은 하나의 제목 아래 형식과 내용 면에서 나름의 질서 체제를 갖추고 배열되는데, 권호문의 「한거십팔곡」 또한 연시조의 이러한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화자가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강호 한정을 즐기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제1수>에서 ‘충효’를 하지 않으면 ‘금수’와 다르지 않다고 표현한 화자는 현실 세계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제4수>에서는 혼자 ‘기로’에 서서 갈 곳 몰라 하는 화자의 모습은 현실 세계와 자연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로’는 강호에서 노는 삶과 임금을 섬기는 삶 사이의 갈림길을 의미한다. 즉 현실 세계와 자연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제11수>에서 ‘바람’과 ‘달’에 경탄하며 ‘일장금’, ‘만축서’의 소쇄함을 맛보는 화자의 모습은 자연 속에서 강호 한정을 즐기는 모습이다. 여기서는 현실 세계, 즉 속세에서 벗어나 깨끗한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제19수>에서 ‘진세일념이 얼음 녹 듯’ 하였다는 표현을 통해 화자가 현실 세계에 대한 관심을 떨쳐 버리고 자연 속에서 사는 삶에 정착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진세일념’은 속세에 대한 미련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얼음 녹 듯 하였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현실 세계와 자연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나 이제 자연 속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대부의 출(出)과 처(處)에 대한 인식-사대부의 출처관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향유했던 대표적인 문학 갈래인 시조에는 사대부들이 지향하는 삶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다수의 시조 작품에서 사대부가 자연 속에서 심성을 도야하며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삶을 추구하는 모습이 드러나 있어 사대부는 현실 정치의 참여보다는 자연 속에 은둔하는 삶을 지향한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유학적 가르침을 내면화했던 사대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삶은 관직의 유무에 따라 ‘출(出)’과 ‘처(處)’로 구분하여 이해될 수 있다. 유교 사회에서 ‘출’은, 유교적 가르침을 부단히 수양한 사대부가 관직에 나아가 사대부로서 품었던 정치적 포부를 펼치는 이상적인 삶의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 사대부들은 유교적 가치관이 바로 서서 순리대로 정치가 실현되는 세상에서는 관직에 나아가 유교적 가르침을 실천하며 백성들을 ‘인(仁)’과 ‘의(義)’로써 다스리는 것을 자신들의 이상으로 여긴 것이다.

 그런데 사대부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시대의 상황에 따라 ‘출’의 가치를 달리 인식하기도 하였다. 유교적 가치관이 바로 서지 못해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일 때, 사대부들은 ‘출’을 의롭지 못하다고 여겨 ‘처’를 선택하기도 한 것이다. 즉 그들은 의로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출’을 거부하고 ‘처’를 선택하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사대부들은 ‘처’의 삶을 살면서도 혼란스러운 세상에 대한 근심을 표현하며 우국충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자신의 본분을 지키려 하였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시조에서 ‘궁달(窮達)’이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했는데, 이 또한 ‘처’와 ‘출’의 맥락과 관련지어 이해될 수 있다. ‘궁(窮)’은 ‘빈궁(貧窮)’과 ‘빈천(貧賤)’을, ‘달(達)’은 ‘영달(榮達)’과 ‘부귀(富貴)’를 의미한다. 여기서 빈궁과 빈천은 혼탁한 세상으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펼치지 않는 삶을, 영달과 부귀는 고위 관직에 올라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삶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궁’은 ‘처’와, ‘달’은 ‘출’과 비슷한 맥락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빈천과 부귀는 앞에서 언급한 사대부의 삶의 처지와 관련지어 볼 때 단순히 경제적 상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확장된 의미를 가진다. 결국 관직의 유무에 따른 사대부의 처지와 그와 관련된 그들의 삶의 태도는 ‘출-달-부귀’와 ‘처-궁-빈천’이라는 대조적 맥락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을 잘 보여주는 시조 작품으로 권호문의 시조와 임제의 시조를 들 수 있다.

 

출(出)하면 치군택민(致君澤民)* 처(處)하면 조월경운(釣月耕雲)*

총명하고 밝은 군자(君子)는 이것을 즐기나니

하물며 부귀(富貴)위기(危機)빈천거(貧賤居)를 하오리라*

- 권호문,「한거십팔곡」중 제8수 -

 

부귀(富貴)를 탐(貪)치 말고 빈천(貧賤)을 사양(辭讓) 마라

부귀빈천(富貴貧賤)이 절로 절로 도느이

부귀(富貴)위기(危機)라 탐(貪)하다가 신명(身命)을 못나이라*

- 임제 -

 

 권호문과 임제는 당파 싸움이 극심했던 시기인 16세기 중후반을 살았던 인물이다. 권호문은 진사시에 합격하고 임제는 문과에 급제했지만, 자연에 은거하며 산림처사로 사는 삶을 선택했다. 그들의 시조에는 혼탁한 정치 현실에서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이 위기라는 인식이 잘 드러나 있다. ( 2017년 11월 고1 학력평가 기출 제시문 내용 중)

 

* 치군택민: 목숨을 바쳐 임금을 섬기고 백성에게 은덕이 미치게 함.

* 조월경운: 달빛 아래서 고기 낚고 구름 속에서 밭을 갊. 곧 은둔 생활을 뜻함.

* 빈천거를 하오리라: 가난하게 지내리라.

* 신명을 못나이라: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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