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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9월 모평 고3 모의고사 출제-숙영낭자전-작자미상-고전소설-핵심정리-해설-분석

국어모의고사사전

by 국어벅스 2023. 9. 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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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고3 모의고사 출제 고전소설 「숙영낭자전」 작자 미상

 고전소설 「숙영낭자전」(작자 미상)은 양반가의 가정을 배경으로 숙영과 선군을 둘러싼 비현실적 사건을 중심 소재로 하여 이루어진 애정담이다. 전체적으로 ‘인간과 선녀의 만남 - 숙영의 억울한 누명과 죽음으로 인한 시련과 이별 - 옥황상제에 의한 숙영의 재생 및 재회’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효(孝)’를 중시하는 봉건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부모와 ‘애정’을 중시하는 자식 간의 갈등이 이 작품의 중심 갈등인데, 남녀 간의 사랑이 더 중시됨으로써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긍정하는 조선 후기 사회의 새로운 가치관이 드러나고 있다.

 

[주제] 현실을 초월한 절대적인 남녀 간의 사랑 

 

2024 9월 모평 2023-9월 모의고사 고3 숙영낭자전 작품해설

 

 

 

작자 미상,  「숙영낭자전」 핵심 정리

· 연대:미상(18세기로 추정) 

· 작자:미상 

· 배경: 조선 세종 때의 경상도 안동

· 갈래: 국문 소설, 판소리계 소설, 애정 소설, 적강 소설

· 성격: 염정적, 전기적, 교훈적

·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 사상:도선(道仙) 사상에 입각한 설화적 형식을 취한 애정소설 

· 의의: 애정 중심의 새로운 가치관 제시

· 이본(異本): 옥련동기(玉蓮洞記) 

· 주제:현실을 초월한 남녀 간의 진실한 사랑, 현실을 초월한 절대적 애정의 승리 

· 특징

① 도선 사상에 바탕을 둔 전기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②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화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③ 전통적 가치관을 탈피하고 애정 중심의 새로운 가치관을 지향하고 있다.

· 구성

▷기 : 선영에 의한 만남

▷서 : 이별(억울한 누명과 죽음)

▷결 : 재회(원한의 복수와 재생, 재회)

· 사건(갈등)

- 만남(하늘이 정해 준 인연의 결연) - 이별(억울한 누명과 죽음) - 재회(복수와 재생)의 구조

- 위기 : 가부장적 전통사회에서 삶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이 구체화됨 

· 인물

- 선군 : 아버지 백선군과 어머니 정씨가 치성을 올리고 얻은 외동아들.천상에서 죄를 짓고 인간세상으로 귀양을 온 선인(신선)으로 유교적 가치관보다는 숙영과의 애정을 중시하는 인물임.

- 숙영 : 천상에서 선군과 서로 희롱한 죄로 선군과 마찬가지로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선녀임. 하늘에서 정한 기간인 3년을지키지 못하고 선군과 혼인한 후 억울한 모함으로 인해 자결함.

· 해제 : 이 작품은 한 양반 가정을 배경으로 하여 도선 사상에 바탕을 둔 비현실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애정 소설이다. 유교 도덕에 바탕을 둔 부모 세대의 전통적 가치관과 애정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긍정하는 자식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의 갈등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숙영낭자전」  작품해설 

 이 작품은 한 양반의 가정에서 일어난 비현실적 사건을 소재로 한 애정 소설이다. 전체 내용은 천상의 선녀였던 숙영이 적강하여 백선군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되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결하자 백선군이 진상을 밝혀내고, 다시 살아난 숙영이 선군과 행복한 삶을 살다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효를 요구하는 부모에 맞서 자식이 애정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사건이 진행되는데, 이는 조선 후기 사회의 가치관의 변모 양상이 작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가치관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을 초월한 절대적 애정의 승리

 이 작품은 양반가의 가정을 배경으로 도선(道仙) 사상에 바탕을 둔 비현실적 사건을 중심 소재로 하여 이루어진 애정담이다. 작품의 구조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효(孝)를 중시하는 봉건적 가치관 대신 남녀 간의 사랑이 더 중시됨으로써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긍정하는 조선 후기 사회의 새로운 가치관이 드러나 있다. 

 

2023년 9월 모평 21번 <보기> 내용  「숙영낭자전」에서 승천은 인간 세상의 명분에 구속받지 않는 가족 사랑을 모색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작품에서는 상공의 잘못이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가문이라는 명분을 중시하는 인간 세상의 구조적 문제라고 보았다. 그래서 숙영 부부는 가문이라는 명분이 작동하지 않는 천상으로 보내고, 상공 부부는 가문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하여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한 방식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숙영 부부를 천상에 간 뒤에도 부모를 잘 섬기려는 모습으로 그려 낸 것은, 가족 사랑의 보편적 가치를 환기하기 위한 것이다. 

 

2024학년도 9월 모평 해설

9월 모평 21번 문제 해설

2023년 9월 모평 21번 해설

 

[문제 해설]

 문학 파트 문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 유형인 <보기>에 따른 감상 유형은, <보기>라는 길잡이를 가지고 해당하는 장면에 올바르게 적용하였는가를 확인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각 선택지 서술의 구성을 인물 누구인지 '주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대상, 어떤 사건 또는 행동을 보여주는지 '사건(행동)', 그러한 사건이나 행동의 의도는 무엇인지 '의도', <보기>라는 조건을 적용한 해당 장면의 의미 서술이 적절한지 '의미'로 쪼개어 분석하여 적절성을 따져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문학 문제의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낄 때는 문제 유형으로 접근하여 조건 분석으로 푸는 것이 안전하다. 왜냐하면 수험생이 기존에 알고 있는 내용 또는 임의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 출제자는 <보기>라는 분명한 길잡이를 제시하여 장면을 해석하고 확인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① 적절

·인물 주체: 숙영, 대상: 부모

·사건(행동): '부모님 돌아가실 때 연화궁'으로 모셔 가겠다고 함.

·의도: 연화궁에서 숙영과 부모를 만나게 함.

·<보기>를 적용한 의미: 가족 사랑의 보편적 가치를 환기함.

 

② 적절

·인물 주체: 숙영, 대상: 선군

·사건(행동): 천궁으로 '올라가사이다'라고 함.

·의도: 숙영 부부를 천상으로 보냄.

·<보기>를 적용한 의미: 가문이라는 명분이 작동하지 않는 천상으로 보냄.

 

③ 적절하지 않음

·인물 주체: 숙영 부부, 대상: 부모

·사건(행동): '부모를 위로하여 나아가 엎드려 고'함. 

·의도: 승천을 망설임. (X) <보기>는 숙영 부부가 승천에 간 뒤에도 부모를 잘 섬기려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보기>를 적용한 의미: 숙영 부부를 천상에 간 뒤에도 부모를 잘 섬기려는 모습으로 그려냄. <보기>에 서술되어 있듯이 이 작품에서 '승천'은 인간 세상의 명분에 구속받지 않는 가족 사랑을 모색한다는 의의를 갖는 긍정적 기능을 보여준다. 따라서 주인공 숙영 부부는 '승천'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오히려 '승천'이라는 행위는 갈등 해결의 행위가 되는 것이다. 

 

④ 적절

·인물 주체: 숙영 부부, 대상: 부모

·사건(행동): 부모에게 하직 인사를 함.

·의도: 부모를 떠나게 함.

·<보기>를 적용한 의미: 인간 세상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양상 

 

⑤ 적절

·인물 주체: 상공 부부

·사건(행동): 세간을 다 나누어 줌.

·의도: 가족을 잃어 허망해하는 모습을 보여줌.

·<보기>를 적용한 의미: 상공 부부는 가문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함. 

 

 

 

 

「숙영낭자전」  전체 줄거리 내용

·[발단] 세종 때 안동의 선비 백상곤과 부인 정씨 사이에 외아들 선군이 태어난다. 선군이 자라 상곤 부부가 혼처를 구하자, 옥련동에 귀양 와 있던 선녀 숙영 낭자가 선군의 꿈에 나타난다. 선군은 낭자를 그리워하다 상사병이 나고 만다.

·[전개] 낭자는 선군의 목숨을 염려해 꿈에 나타나 옥련동으로 오라 하고, 선군은 참아 달라는 낭자의 청을 거절하고 혼인하여 함께 집으로 온다.

·[위기] 둘은 부모를 모시고 남매를 낳으며 행복을 누린다. 선군이 과거를 보러 간 사이 낭자를 질투한 매월이 음란하다는 누명을 숙영에게 씌워 상곤은 낭자를 매질한다. 사실을 실토해도 믿어 주지 않자 낭자는 자결한다.

·[절정] 상곤 부부는 금의환향하는 선군을 만나 낭자의 죽음은 알리지 않고, 임 소저와 혼례를 치르고 가자고 권한다. 선군이 이를 듣지 않고 귀가하여 낭자의 죽음에 관한 내막을 밝힌다. 낭자는 며칠 뒤 옥황상제의 은덕으로 다시 살아난다.

·[결말] 선군은 낭자의 권유로 임 소저의 딱한 사정을 주상께 상소하여 혼인을 허락받는다. 이들은 행복하게 살다가 같은 날 승천한다.

 

 선군은 꿈에서 선녀인 숙영을 만난 후 숙영을 그리워하다가 병이 나게 된다. 상사병에 시달리던 선군은 결국 하늘이 정해준 3년이라는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숙영과 혼인하여 자식을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선군은 부모의 권유로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 한양으로 떠난다. 길을 떠나면서도 선군은 숙영을 그리워하여 밤에 몰래 집으로 돌아온다. 한편 선군의 아버지 백공은 밤중 남자의 목소리가 숙영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평소 숙영을 질투하던 시비 매월은 숙영의 행실이 부정하다고 거짓으로 백공에게 고하고, 결국 억울한 누명을 쓴 숙영은 자결을 한다. 과거 급제 후 집으로 돌아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선군은 매월을 처벌하고, 옥황상제의 은덕으로 재생한 숙영과 여생을 행복하게 보낸다.

 

 

「숙영낭자전」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양반사회, 양반가정을 배경으로 하여 도선사상에 바탕을 둔 비현실적 사건을 중심적인 소재로 하여 이루어진 애정담이다. 작품구조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기르고, 혼인시키고 출세시키는 것을 가문의 영예와 자신들의 영화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면서 자식에게 효를 요구한다. 반면, 자식은 그들끼리 사사로이 연애를 하여 부모의 허락없이 혼인을 하고, 출세 같은 것은 부부생활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하면서 부부간의 애정을 삶의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이로 인해 효를 요구하는 부모와 애정을 추구하는 자식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이 갈등이 발전하면서 처절한 가정비극을 거쳐 마침내 부모의 생각이 비판되고 자식의 의지가 그 타당성을 입증받는다.

 효는 유교도덕에 바탕을 둔 봉건적・전통적 가치관이고 애정의 추구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긍정하는 새로운 가치관이기에 양자의 갈등은 시대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더욱이 후자가 전자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조선 후기 사회에 실제로 있었던 가치관의 변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작품은 높은 문학적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이와 동일한 문제를 이 작품만큼 선명하고도 깊이있게 형성화한 작품이 없기 때문에 문학적 가치와 문학사적 의의가 더욱 증대된다. 종래에는 소재가 비현실적이고 구성과 주제가 통속적이라는 이유 아래 과소평가 되어 왔으나 근래에 새로이 주목되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숙영낭자전」  하늘의 운명과 인간의 의지

 「숙영낭자전」 의 주인공은 백선군(白仙君)과 숙영(淑英)이다. 남녀가 나란히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애정소설임에 틀림없는데, 이들의 만남부터가 범상치 않다. 대개의 고전소설이 그렇듯이 남자 주인공 백선공 역시 부모가 명산 대천(名山大川)에서 기도하여 어렵사리 얻은 자식이다. 그러니 당시의 풍습대로라면 백선군은 부모가 정해 준 상대와 혼례를 올리는 것이 순리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순리와 정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다. 선군의 나이 열여섯 살 때, 선녀(仙女) 숙영이 꿈 속에 나타난 것이다.

 

 봄날을 당하여 서당에서 글을 읽더니 자연히 몸이 피곤하여 책상에 기대어 졸다가 깜빡 잠이 들었더라. 문득 녹의홍상(綠衣紅裳, 연두 저고리에 다홍치마, 곧 젊은 여자의 곱게 치장한 복색)을 입은 낭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두 번 절하고 곁에 앉으며 가로되, "그대는 나를 몰라 보시나이까? 내 이제 온 것은 다름 아니라 천상연분(天上緣分)이 있기로 이렇게 찾아왔나이다."

 

하늘에서 맺어진 연분이 지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고전소설에서 흔히 보는 수법일 뿐만 아니라 결혼식 주례사에 종종 등장하는 '천생연분'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대개의 고전소설에서는 그런 연분을 등에 업고 양가 집안 사이에 혼담이 오가는 것이 상례지만, 이 소설은 파격에 파격을 더한다. 선군은 상사병을 앓고, 끝내 숙영이 있는 신선 세계를 찾아가, 3년만 더 기다려 달라는 숙영의 청을 거절하고 육체 관계를 맺고 만다. 이로써 몸이 더렵혀진 숙영은 신선 세계에 머물 수 없게 되고, 둘은 부부가 되어 돌아온다.

 

 이렇게 되면 사랑은 성취되었고 더 이상 진행될 이야기가 없을 듯하지만, 본격적인 부모는 집을 떠나 과거 시험 공부를 하도록 명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선군이 말을 들을 리가 없다. 갔다가는 되돌아오기를 두 번이나 반복하여 숙영과 동침하는 것이다. 아들이 떠난 방에서 남자의 음성을 들은 식구들은 숙영을 의심하게 되고, 이 기회를 틈타 질투심에 불타는 시녀 매월이 간계(奸計)를 꾸며 숙영은 궁지에 몰린다. 결국 억울한 숙영은 가슴에 칼을 꽂고 자살을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체가 꼼짝도 않고 썩지도 않는 기이한 일이 발생하고, 선군이 부모는 이 일을 무마하려 백선군이 들어오기 전에 임 소저와 약혼을 해 둔다.

 

 선군은 장원급제를 하고, 자신의 꿈에 나타난 숙영을 통해 원통한 죽음을 알게 된다. 그가 집에 돌아와 숙영의 가슴에 꽂혀 있던 칼을 뽑으니 청조(靑鳥-파랑새) 두 마리가 나타나 '매월이'를 세 번씩 부르며 날아간다. 그리하여 매월이 범인인 것이 밝혀지고, 매월은 처형을 당한다. 숙영은 옥황상제의 배려로 다시 인간 세계로 내려와 선군과의 못다 한 인연을 잇고, 선군은 임 소저와도 혼인하여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산다. 선군이 80세 되던 어느 날 세 사람은 함께 하늘 나라로 올라가고,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런데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선군(仙君)이라는 이름부터가 벌써 신선이라는 뜻이니, 이 이야기는 신선 세계의 두 남녀가 지상에서 만나 살다가 다시 신선 세계로 올라간다는 줄거리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철저하게 '하늘의 뜻'이며, 이 소설은 매우 비현실적인 관념 세계를 다룬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좀더 유심히 보면 그와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선군은 욕정을 참지 못하고 혼례도 올리기 전에 육체 관계를 맺고, 역시 욕정을 참지 못하여 과거 공부를 하고 떠나서도 번번이 집으로 되돌아오며, 숙영은 선군을 사모하는 매월이의 질투심 때문에 죽음에 내몰린다. 이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은 한편으로는 하늘이 정해 준 대로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아 숨쉬는 인간의 욕망대로이기도 한 것이다. 요컨대 이 작품의 만남과 헤어짐에는 하늘이 정한 운명이냐, 인간의 자유에 따른 의지냐 하는 복잡한 문제가 개입되어 있음을 우선 명심해 두자.

 

 아직 결혼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고등학생 독자들로서는 이런 질문이 매우 이상해 보일 것이다. 대체 효도를 하는 것과 사랑을 하는 것이 함께 할 수 없는 난제(難題)라도 된다는 말인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는 데서 대개의 애정물은 성립한다. 전문용어로는 '혼사장애(婚事障碍)'라고 하는 것으로, 작품 속의 남녀가 혼사를 맺으려고 하는데 힘이나 지위를 가진 사람이 막는다면 그 사랑은 바로 불행의 씨앗이 된다.

 

 선군은 꿈에서 만난 여자를 좇아 신선 세계로 들어간다. 선군은 인간 세계가 아닌 곳에서 육체 관계를 가짐으로 해서 이미 큰 부정(不淨)을 저지른 셈인데, 인간 세계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의 죄를 짓게 된다. 부모가 맺어 준 혼인이 아닌 결합을 '야합(野合)'이라고 하는데, 작품의 주인공들은 그 만남에서부터 큰 불효를 저지른 것이다. 거기에다 공부를 했으면 하는 부모님의 소망을 저버리고 아내에게 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 불효이며, 공부하러 갔다가 부모님 몰래 집으로 되돌아오는 행위 역시 부모님을 속이는 일이므로 불효이다.

 

잠을 깬 낭자가 깜짝 놀라서 말하기를,

"이 일이 어찌된 일입니까? 오늘 길을 떠나지 않으셨습니까?"

선군이 말하기를,

"종일 가다가 겨우 삼십 리를 가 숙소를 정하고 다만 생각나니 그대뿐이라. 첩첩 쌓인 비감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여 음식을 전폐하매 길에서 병이 될까 염려되어 그대와 더불어 심회(마음속의 회포)를 풀고자 왔노라."

 

 뿐만 아니라 부모가 정해 준 임 소저를 거절하는 것 또한 부모의 뜻을 저버리는 일로 불효가 된다. 이 네 가지 행위가 모두 불효임에는 틀림없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그 불효가 모두 아내 숙영을 사랑해서라는 점이다. 숙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찾아오는 남편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내세워 시부모의 처사에 불만을 품고 자살하는 행위 역시 불효임에 틀림없다. 부모님의 뜻을 저버리고 자신의 배필을 택한 주인공 남녀의 행위는 당시 사회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충격적인 일탈인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여성은 셋이다. 시녀 매월, 후실 임 소저가 바로 그들로, 이들을 통해 작품을 읽으면 또 새로운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작품에서는 오로지 선군과 숙영의 관계에만 집중하느라 매월과 임 소저에게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지만 사실 이들이 처한 입장이야말로 이 소설의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매월은 시녀로 악인형의 인물이다. 주인공 숙영을 모함하고 그 때문에 끝내 처형당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왜 매월이가 그런 일을 했는가를 살핀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선군은 꿈 속에서 숙영을 만난 뒤로 상사병 때문에 고생하게 된다. 이 때 숙영은 꿈 속에 다시 나타나 매월을 시첩(侍妾-귀인의 시중을 드는 사람)으로 삼아 갑갑함을 풀라고 일러 준다. 매월은 한 마디로 숙영의 대타로 기용된 셈이어서 사랑 없는 노리개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므로 매월의 시기와 질투는 '이유 있는 항변'이다. 욕망이라는 점을 놓고 본다면, 선군이  숙영을 사랑하는 것이나 매월이 선군을 사랑하는 것이 매 한 가지이다. 그러나 선군과 매월은 주종(主從) 관계에 놓여 있어서 거기에 따른 특수한 윤리가 매월을 구속한다. 매월은 숙영에 대한 가해자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선군과 숙영의 사랑 놀음에 의한 피해자이기도 한 것이다.

 

 이 점은 임 소저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무 영문도 모르고 그저 숙영의 죽음을 무마하기 위하여 선군의 배필로 발탁되고 나중에는 무슨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 그 후실이 된다. 임 소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여자되어 약혼하매 시댁의 납채(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혼인을 청하는 의례)를 받았으면 그 집 사람이 분명한지라. 백생(白生-생은 성 뒤에서 붙는 말로, 젊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짐)이 상처한 줄 알고 부모께서 허락하였더니 그 여자가 다시 살아난 즉 국법에 두 처를 두지 못하매 결혼할 의사는 두지 못하려니와 소녀의 정리로는 맹세코 다른 가문에는 아니 갈 터이오니 그런 말씀은 다시 마옵소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임 소저의 마음씨가 착하다고 해서 임금이 특별히 혼인을 허락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되는 데에는 작품에 있는 그대로 '하늘이 정한 뜻'이 작용한 것이지만 어딘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임 소저는 그저 선군과 숙영의 결연(結緣-인연을 맺음)을 좀더 돋보이게 하는 수단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매월이 대타였다면 임 소저는 액세서리인 점이 다를 뿐이다. 즉 숙영의 욕망이 긍정되면서 현실화되는 뒷면에는 다른 두 여자의 욕망이 완전히 부정되면서 당시의 현실 윤리에 그대로 굴복하는 이중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숙영낭자전」  애정 소설, 적강 소설, 판소리계 소설

사실 이 작품처럼 여러 가지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작품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남녀의 애정을 중심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애정 소설임에 분명하지만, 천상 사람이 지상으로 귀양살이를 왔다가 다시 승천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적강(謫降-신선이 죄를 짓고 그 벌로 인간 세상에 내려오거나 사람으로 태어남) 소설이며, 또 판소리로 불려진 기록이 남아 있다는 점으로 볼 때, 넓은 의미에서 판소리계 소설이기도 하다.

 우선 애정 소설이라는 점에서 보면, 애정이 전면에 부각되고, '인간적' 욕망을 내세우기 때문에 근대적 속성을 강하게 드러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늘에서 맺어 준 연분을 강조하는 부분만 빼고 본다면, 이 작품은 자유 연애를 그리고 있는, 고전소설로서는 매우 특별한 경우인 셈이다. 그러나 적강 소설이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모든 행위가 사실은 천상에서 예정된 것들로 비추어진다는 데 큰 한계가 있다. 선군이 숙영을 만나는 것도, 숙영이 죗값으로 죽는 것도, 죽었다가 다시 살아서 만나고, 급기야 임 소저가 선군과 결합하고 나중에 셋이 함께 승천하는 것까지가 모두 하늘의 뜻인 것이다.

 끝으로 이 작품은 여느 판소리계 소설과는 달리 소설이 먼저 이루어지고 거기에 판소리가 얹어진 탓에, 판소리에서 소설로 이행하면서 생긴 특성들을 찾아낼 수는 없다. 굳이 판소리적 특성을 찾자면 작품의 전후반이 고난-행복, 현실-꿈으로 짝을 이룬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령 춘향이 옥중에서 고초를 겪고 심청이 물에 빠지며 흥보가 다시 쫓겨나는 데까지 고통스런 현실의 반영이며, 그 이후의 내용은 모두 이상적인 꿈이다. 이 "숙영낭자전" 역시 주인공 숙영이 억울하게 죽는 대목까지가 고통스러운 현실이며, 그 이후네 장원 급제한 선군이 나타나서 원통함을 풀고 다시 살아나서 함께 사는 부분이 이상적인 꿈이다. "춘향전"의 암행어사 출도, "심청전"의 환생, "흥부전"의 박 타는 장면 모두 이상적인 꿈을 보여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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