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명품가사100선 한국가사문학관 발행
43. 봉산곡鳳山曲
① 작품명 : 봉산곡鳳山曲
② 작자명 : 채득기(蔡得沂, 1605~1646)
채득기의 자는 영이詠而, 호는 우담雩潭 또는 학정鶴汀이다. 병자호란(1636) 이 끝난 뒤, 인조가 그에게 소현세자 등을 호종할 것을 명했으나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3년간 유배생활을 한 뒤에, 청나라로 가서 왕자들을 모셨다.
③ 출전 : 필사본 《봉산곡鳳山曲》
④ 해제
이 작품은 작자인 채득기에 의해 1638년(인조16)에 창작된 가사로, 〈봉산곡〉과 〈천대별곡〉이라는 제목의 두 개의 각기 다른 이본이 전한다. 작자가 병자호란 이후 봉림대군과 소현세자를 호종扈從하여 심양審陽으로 가게 되자, 은거하던 자천대自天臺를 떠나면서 군은君恩의 망극함을 노래한 가사이다. 채득기는 인조로부터 두 대군의 호위하여 심양으로 갈 것을 명령받았으나 병을 핑계하며 거절하자, 3년간 보은報恩에 유배되었다. 이 작품은 왕명을 받들어 심양으로 떠나는 심회를 읊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은거했던 주변의 풍경을 서술하고, 왕명을 받아 신하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결의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훗날 자신이 은거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희망을 표출하며 끝맺고 있다. 〈봉산곡〉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작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사문학사상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된다.
⑤ 현대어 풀이 (*원문은 중세국어 표기 깨짐이 발생하여 생략하였습니다. pdf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립니다.)
<봉산곡>_채득기
가노라 옥주봉아 있거라 경천대야
요양 만리 길이 어디기에 얼마나 멀며
북관 일주년이 오래되었다 하랴마는
상봉산 별건곤을 오래되었다 하랴마는
노중련의 분을 겨워 속세를 아주 끊고
발 없는 구리솥 하나 저는 나귀에 실어 내어
가을바람 돌길에 비껴 불 때 와룡강 찾아와서
천주봉 바위굴 아래 초가 몇 칸 지어 두고
고슬단 행화방의 정자 터를 손수 닦아
낮에 다 일어나고 새 달이 돋아올 제
지도리 없는 거적문과 울 없는 가시 사립문
적막한 산과 계곡 사이 스스로 만든 마을이 더욱 좋다
생애는 내 분수라 담백한들 어찌하리
대명천지 치우친 땅에 버려진 백성 되어 있어
소나무 국화 쓰다듬고 원숭이와 학을 벗 삼으니
어와 이 강산이 경치도 많기도 많다
높다랗게 금으로 만든 연꽃이 허공에 솟아올라
귀암을 앞에 두고 경호 가에 서있는 모습은
삼신산 제일봉이 여섯 자라머리에 벌렸는 듯
붉은 노을 흰 구름이 곳곳에 그늘이요
유리 같은 온갖 풍경 빈 땅에 깔렸으니
용문을 옆에 두고 학정 머리에 벌렸음은
여덟 폭 구름병풍 옥난간에 두르는 듯
깨끗한 모래 흰 돌이 굽이굽이 경치로다
그 중에 좋은 것이 무엇이 더 나은가
귀암이 물을 굽혀 천백 척이 솟아올라
구름 끝에 우뚝 서서 허공을 괴었으니
어와 자천대야 네 이름이 과연 헛되이 얻은 것 아니로다
문장이 넉넉한들 누구의 시로 다 써내며
화가가 신묘한들 한 붓으로 다 그릴까
가을바람이 살짝 불어 잎마다 붉었으니
물들인 직녀의 비단 거울 표면에 걸렸는 듯
꽃향기는 코에 가득하고 온갖 열매는 익었는데
매화 화분 치자 그릇에 황국 백국 섞였구나
풍경도 좋지마는 물색도 그지없다
공산 두견새 소리는 소상반죽을 때리는 듯
모래사장 기러기의 모습 형포의 석양을 꿈꾸는 듯
강 가운데 한밤중에 달을 걸었으니
소동파의 적벽부 흥취를 저 혼자 자랑할까
추운 날 초가집에 흰 눈이 흩날리니
수많은 바위와 계곡 속에 경요굴이 되었구나
잿빛 수염 장부의 봉일정은 외로운 절개를 굳이 가져
돌 위에 우뚝하니 한겨울에 더욱 귀하다
어부가 나를 불러 고기잡이 하자거늘
석양을 비껴 띄고 이끼 낀 낚시터 내려가서
외로운 배 손수 저어 얼음 그물 걷어내니
은린옥척이 그물코마다 걸렸구나
좋은 칼로 회를 치고 고기 팔아 빚은 술을
깊은 잔에 가득 부어 취하도록 먹은 후에
사모紗帽를 비스듬히 쓰고 영귀문 돌아들어
천대산 바둑판을 높이 베고 기댔으니
장송에 내린 눈은 취한 눈을 깨우는 듯
고요하고 쓸쓸한 가을 겨울에도 풍경이 이렇거든
꽃피는 봄 세 달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야 한 입으로 다 말하랴
자연의 풍경 혼자 좋아 부귀공명 잊었으니
사람 세상에서 기장밥은 몇 번이나 익었는가
고요한 문 낮에 닫아 인적이 끊겼으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들 그 누가 전할까
고사리를 손수 캐어 돌샘에 씻어 먹고
명나라의 일월 보전하여 목숨이나 살아나면
만리장성 밖에 백골이 쌓인들
이것이 무릉도원이라 고운 머리칼 부러워할까
오현금 줄을 골라 자지곡 노래하니
소금도 장도 없이 맛 좋구나 강산이여
비름밥 풀죽에 배부르구나 풍경이여
시비와 영욕 다 던지고 갈매기와 함께 늙자 하였더니
무슨 재주와 덕 있다 하고 나라까지 아시고
쓸 데 없는 이 한 몸을 찾으시니 망극하여
상산 십이월에 심양 가라 부르시니
어느 누구의 일이라 잠깐인들 머물까
임금 은혜를 감격하여 행장을 바삐 챙겨
삼년 입은 옷가지로 이불과 요를 겸하였다
남쪽 더운 땅도 추움이 이렇거든
북쪽 겨울 깊은 곳에 우리 님 계신 곳이야
다시금 바라보고 우리 님 생각하니
오국 차가운 달을 뉘 땅이라 바라보며
이국의 바람과 서리를 어찌 그리 겪으실까
언덕에 뻗은 칡이 삼년이 되었구나
굴욕이 이렇거든 꿇은 무릎 언제 펼까
중국에 사람 없어 개와 양 같은 신하 되었으니
삼백년 예악과 문물 어디로 갔단 말인가
오늘날 포로들이 다 옛날 주나라에 가서 손님노릇 처지라
태평세월 오랫동안 막히고 송나라의 해 잠겼으니
동해수 어찌 퍼올려 이 치욕 씻을까
오나라 궁궐에 나무 쌓고 월나라 산에 쓸개 매달아
임금의 치욕에 신하가 죽음으로 맞섬은 고금의 도리이라
하물며 우리 집이 대대로 나라의 은혜 입었으니
아무리 구렁인들 대의를 잊을까
평생의 어리석은 계교 거센 물결 막으려니
재주 없는 약한 몸이 장차 기울어지는 큰 집 어찌 할까
방 안에서 눈물 나면 아녀자의 태도로다
이 원수 못 갚으면 어찌 얼굴 다시 들까
악비의 손에 침을 뱉고 조적의 노에 맹세하니
내 몸에 죽음과 삶 깃털처럼 비껴 두고
동서남북 만리 밖에 명령을 좇아 다니리라
있거라 가노라 가노라 있거라
무정한 갈매기들은 맹세한 약속 비웃건만
성은이 하 망극하시니 갚고 다시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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