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명품가사100선 한국가사문학관 발행
94. 축산별곡竺山別曲
① 작품명 : 축산별곡竺山別曲
② 작자명 : 정식(鄭湜, 1661~1731)
③ 출전 : 필사본《先祖歌詞》
④ 해제
조선 시대 후기 정식이 지은 가사 작품이다. 그 제목에 보이는 ‘축산’은 경상도 예천의 옛 지명으로, 내용은 축산 즉 용궁 지방의 산천 풍물과 이를 대하는 작자의 심회를 읊조린 것이다. 형식은 56행 112구다. 이 가사를 수록하고 있는 「선조가사先祖歌詞」의 부록에 이이정李頤正이 쓴 〈용궁공행장〉을 보면 당시 사람들은 〈축산별곡〉에 송강가사의 유풍이 있다 하였다고 했다. 실제로 작품의 내용에 정철의 〈성산별곡星山別曲〉과 〈관동별곡關東別曲〉의 의취를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⑤ 현대어 풀이 (*원문은 중세국어 표기 깨짐이 발생하여 생략하였습니다. pdf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립니다.)
<축산별곡>_정식
우리나라 제일 경개 하늘이 만든 형승이라
천축산天竺山 한 줄기 해동으로 뻗어오니
용비산龍飛山 뻗힌 봉우리가 뛰어들 듯 앞에 섰다
그 사이 내린 물이 호복천虎伏川 되었구나
유리를 꽂았는 듯 흰 연꽃을 다려놓은 듯
상쾌한 좋은 기운 주야로 흘러간다
긴 숲은 은은하고 흰모래는 눈 같도다
이보다 좋은 산천 또 어디 있으리오
인걸은 지령地靈이라 제남濟南에 명사도 많다
정사에 몸을 둔 것 내 보기도 여러 해라
청원정淸遠亭 돌아들어 고을을 바라보니
청송靑松의 굳은 절개 지금도 비춰온다
충효도 갖추었고 열녀도 많고 많다
서하西河의 풍속이요 추로鄒魯의 유풍이라
늙은이가 성은 입고 이 땅에 부임하니
유풍을 배양할까 교화를 이끌까
양성이 아니라도 진사는 양성한다
바람이 곱게 부니 소리를 빨리 하랴
엊그제 섭현 배부 어느덧 삼 년인가
산천 유람 음주함은 못할 것이 옳거니와
풍속을 살피기는 아니하고 어찌하리
춘강에 배를 띄워 노룡연老龍淵 내려가니
모래밭 솔바람은 거문고에 화답하고
바위 사이 진달래는 푸른 물에 비쳐온다
어부의 긴 그물을 상하로 비스듬하게 치니
은빛 고기 월척인데 물가로 솟아 뛰어
한이부韓吏部는 밤에 읽고 두습유杜拾遺는 겨울에 즐기고
이 거동 견줘보면 어느 것이 낫겠는가
가마에 기대앉아 백석정白石亭 올라가니
사람은 어디 가고 빈터만 남았는가
맑은 바람 완연하여 노송老松에 머물렀나
외로운 배 저어 올라 영귀정詠歸亭 내려앉아
솔숲을 바라보니 퇴계선생 사우祠宇로다
마음이 숙연하여 신위를 우러르니
그 모습 뵈온 듯 백세에 느껴온다
수사洙泗는 근원 멀고 이락伊洛에는 물결 차니
후학이 옛길 따라 해동주자海東朱子 본받으라
붉은 꽃 벌써 지고 푸른 잎 우거지니
정자亭子의 날이 길어 객회를 둘 데 없다
수월루水月樓 올라앉아 옥정연玉頂淵 굽어보니
노랫소리 깨끗하여 하늘 위로 올라가고
소맷자락 나부끼며 푸른 물결 떨치는 듯
양왕襄王의 좋은 일은 꿈에 어찌 생각던가
좋은 시절 이 즐거움 뉘라서 주신 건가
팔월 중추 십오일 밤에 뱃노래 읊조리며
천추를 사이 하니 심사도 일반이라
매운바람 땅을 걷고 눈보라 흩날릴 제
명금각鳴琴閣 깊은 밤에 촛불을 밝게 켜고
빈 술잔 가득 부어 고운 노래 듣노라니
인간의 높은 영화 이 밖에 또 있을까
사미인곡思美人曲 한 곡조에 정성이 절절하다
나라에 헌신하여 고을 수령 받자오니
상등에는 못 미쳐도 고과에 전념한다
공무도 번잡하고 노환이 깊었으나
옥루玉樓에 닫는 마음 잠든 사이 잊을쏘냐
아이야 술 한 잔 다시 따르고 축산별곡 불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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