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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5월) 고3 모의고사 출제_최승호 발효 해석 작품해설 작품정리 최승호 발효 문제

국어모의고사사전

by 국어벅스 2023. 5. 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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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5월) 고3 모의고사 출제  현대시 최승호 발효

 <발효>는 화자의 내면을 커다란 저수지에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저수지가 암울한 현실로 말미암아 온갖 오물들로 썩어가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을 침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반성을 통해 화자는 마음속에 쌓인 온갖 오물들이 발효되어 깨끗해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즉, 자신의 마음속 저수지에도 '물의 법', '물왕의 도'가 살아 있어 스스로 정화시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주제]  암울한 시대를 지나며 더럽혀진 자신의 내면에 대한 반성

 

 

(참고 자료)

- 박종호, 최승호 시 연구 : 라캉의 '욕망 이론'을 중심으로, 한국교원대학교(2017)

- 정미경, 최승호 시에 나타난 카오스 상상력 연구,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2006)

- 서경옥, 최승호의 시세계 변모 연구,중앙대학교 대학원(2008)

최승호 발효

최승호, 「발효」  핵심 정리

· 성격: 서정적, 환경생태적, 대조적, 서술적

· 특징

- 비유와 대조적 이미지 활용

- 파괴적, 반생명적 문명과 부정적 시대 현실 비판

- 생태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주제를 부각시킴.

· 화자: 지난 시절 치욕적이고 소시민적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건강하고 바람직한 삶을 회복하기를 소망하는 사람

·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부패해 가는 마음을 발효시키려 함.

▷ 2연 1~15행 : 썩으면서 살아온 그동안의 삶

▷ 2연 16행~28행: 썩은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기를 소망함.

· 주제: 부정적 현실의 거부와 건강하고 순수한 삶에의 소망

최승호, 「발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부패해 가는 마음 안의 거대한 저수지를

➡️화자의 마음을 '저수지'에 비유함. 그 저수지가 부패(부정적인 상황, 문제상황)해가고 있음을 말함.

▷나는 발효시키려 한다.

➡️ 부패한 마음을 발효시키려 한다. 발효는 부패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 것으로 어떤 '변화'를 의미함.

▷ 나는 충분히 썩으면서 살아 왔다.

➡️ 화자 자신의 지난날의 삶이 부정적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화자의 삶이 부패한 원인 중의 일부는 외부적인 것에 있음을 그다음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 나는 낮은 자

➡️ 묵은 관료들이 숙변을 들이붓는 행위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약한 존재'

▷ 치욕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 '치욕'은 묵은 관료들이 숙변을 들이붓는 것을 가리키고, 화자는 어쩔 수 없이 그러한 현실을 수동적이고 나약한 모습으로 받아들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 멍든 얼굴

➡️ 폭력적인 현실의 희생양

▷나는 침묵했고

➡️ 폭력이 난무하는 부정적 현실에 대한 화자의 지난날의 대응 태도, 부정적인 현실에 침묵하는 소시민적 삶의 모습

▷나는 한때 이미 죽었거나

➡️김수영의 <사령>에 나오는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함.

▷독약 먹이는 세월

➡️ 자신이 살아온 현실을 '독약을 먹이는 세월'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

▷쓸개가 병든 자

➡️우리가 흔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나 자존심이 없는 사람을 가리켜 '쓸개 빠진 놈'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화자 자신의 나약하고 정신이 병든 모습을 표현한 것임.

▷문제는 스스로 마음에 뚜껑을 덮고 오물을 거부할수록 ~ 그 뚜껑이 성긴 그물이었음을 깨닫는다.

➡️더러운 내면을 감추고 덮으려고만 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 드러남.

▷물의 법이 물왕의 도가 / 아직도 순환하고 있기를 바란다.

➡️작품의 후반부에 속하며 화자의 소망이 주를 이루게 됨.

▷왕골을 헤치며 다니는 물뱀들이 춤처럼 살아 있기를 바란다.

➡️화자의 소망으로, 화자가 바라는 저수지(내면)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남.

▷흰 갈대꽃이 피고 잉어들은 쩝쩝거리고 물오리떼는 날아올라

➡️ 화자가 소망하는 바로, 화자가 바라는 저수지(내면)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남.

▷발효하는 숨결

➡️화자의 궁극적인 소망으로 위에 제시된 구체적인 소망이 수렴된 표현이다. 다시 말해 화자는 자신의 썩고 부패한 지난 삶(저수지)이 '물왕의 도가 순환하고', '물뱀들이 헤집고 다니며', '갈대꽃', '잉어', '물오리떼' 가득한 순수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삶(저수지)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소망을 '동적 이미지'를 통해 드러냄.

최승호, 「발효」  이해와 감상

최승호의 시 세계는 현실의 폭력이나 세계의 광포함에 내던져진 존재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바람직한 삶에 대한 열망을 추구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비인간화의 상황을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그의 시세계는 결국 현대 사회의 병든 삶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발효」는 환경 생태시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많은 작가와 시인들이 이 계열의 작품을 많이 생산했는데, 군사 독재 정권에서 서서히 벗어나 민간 정부로 바뀌고 구소련의 붕괴로 인한 사회주의 양극 체제가 무너짐으로써 대안적 상상력이 필요했던 점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이 작품은 부정적 외부 현실에 대하여 침묵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삶에 대한 반성과 '침묵'이 오히려 부정적 현실의 악화에 기여했다는 뒤늦은 자각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와 삶을 소망하고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 마음을 저수지에 비유하여 마치 액자식 구성처럼, 혹은 시나리오의 오버랩 기법처럼 두 개의 내용이 포개어져 있다. 겉으로는 부정적 시대 현실이 내 마음을 오염시켰고(세뇌), 그 치욕적인 사실을 묵인하고 수용한 결과로 병든 몸이 되었다는 사실과 이의 치유에 대한 소망을, 다른 하나는 파괴적이고 반생명적인 현대 물질문명에 의해 자연(삶의 터전)이 얼마나 황폐하게 되었는가 하는 오염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내용이 겹쳐 있지만, 중심 내용은 화자 자신의 병든 마음과 몸의 치유, 즉 삶의 자세, 인생관 세계관의 변화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고 환경오염의 문제는 비유를 통하여 이를 빗댄 부차적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시는 주제와 비유가 맞물린 좋은 작품이지만, 화자의 적극적인 행동과 태도가 제시되지 못하고 다만 간절히 '바란다'는 진술로 마무리되고 있는 점이 아쉽게 남는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러하듯이 반성적 성찰의 자기 인식에 머무는 '관찰자'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최승호, 「발효」  관련 평론 내용

 썩어가는 물이 고인 내 마음속 커다란 저수지.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커다란 저수지에 비유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흘러든 물이 저수지에 모이듯이, 우리의 정신은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시인은 자신의 마음이 부패해 가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충분히 썩으면서 살아왔다.'라고.

시인은 자신의 마음이 부패하는 이유를 군사 독재 치하의 암울한 현실에서 찾는다. '수렁 바닥에서 멍든 얼굴이 썩고 있을 때나 흐린 물 위로 떠오를 때'라는 표현은 아마도 군사 독재 치하의 억울한 죽음들을 말하고 있으리라.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 선거를 규탄하다 눈에 최루탄이 박혀 죽은 김주열의 시신은 바닷속에 밀어 넣어졌다가 부둣가에 떠올라 4 · 19 혁명의 도화선이 됐지만, 1961년에서 1980년대에 걸친 군사 독재 시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이 소리 없이 묻혀 버렸던가.

시인은 이런 억울한 죽음들 앞에서도 자신은 슬퍼했을 뿐 침묵했다고 말한다. '독약 먹이는 세월' 같은 긴 어둠의 시절에 그는 '울부짖음 대신 쓴 거품을 내뿜었을 뿐'이라 말한다. 그 암울한 시대에 '묵은 관료들'은 그의 마음 안 저수지에 묵은똥을 쏟아부었고, '낮은 자'인 그는 그 치욕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이제 시인은 이 썩어 버린 마음을 '발효'시키려 한다고 말한다. 마음속에 쌓인 온갖 오물들이 '발효'되어 깨끗해지기를 바란다고. 이런 소망 속에서 그는 '마음 안의 거대한 저수지' 한 귀퉁이에 '물왕저수지'라는 팻말을 꽂아 본다. 어느 가문 날 버스 유리창 밖에 보였던 물왕저수지 팻말의 말뜻 그대로, 그는 자신의 마음 속 저수지에도 '물의 법', '물왕의 도'가 살아 있어 스스로를 정화시키기를 바라는 것이다.

저수지의 물이 발효 과정을 통해 정화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마음이 내적인 '발효' 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시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최승호, 「발효」에서 ‘발효’의 상징적 의미

최승호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는 ‘순환(循環)’의 이미지와 ‘발효(醱酵)’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최승호는 ‘순환’의 이미지와 ‘발효’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성(自然性)’을 담아낸 것이며 이러한 ‘자연성’은 하나의 커다란 틀 안에서 온전한 생명은 이어져간다는 ‘유기론적(有機論的) 세계관’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최승호 작품에서 욕망의 대상은 자연물 그 자체가 아닌 자연물에 깃든 ‘자연성’이라 할 수 있는데, 그의 작품에서 ‘대상 a’, 곧 자연성은 상징계의 결여를 덮어 가리며,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상실한 많은 인간적인 것들, 진정한 주체성 같은 가치를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발효」의 ‘죽음’은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또 다른 생의 출발점이 되는 과정의 의미를 보여준다. ‘발효’는 ‘죽음 충동 이후에 얻게 되는 쾌’에 대한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최승호 작품에 등장하는 ‘발효’의 이미지와 ‘순환’의 이미지도 그가 추구하는 ‘자연성’과 맞닿아있는 것이며, ‘유기론적(有機論的) 세계관’의 틀 안에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최승호의 작품에 등장하는 현대 문명과 사회에 대한 부정적 모습은 현대 문명에 자체를 비판한 메시지로 읽힐 여지는 물론 있지만, 존재와 죽음, 욕망과 좌절에 대해 그려진 작품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현대 문명과 사회의 부정성(否定性)은 인간 본연의 ‘존재결여’와 ‘실존적 공허’의 문제를 그리기 위한 밑그림으로 이해되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결국 최승호의 작품은 주체에게 타자와 세계에 대해 맺는 관계방식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제공하며 이러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병리적 결과 및 원인을 탐구한 시로 볼 수 있다. 존재와 본질에 대한 고민, 주체의 본질적 모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어 ‘인간 본연의 윤리’를 구현한, 깊은 철학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패에서 상생으로 나아가는 ‘발효’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나는 충분히 썩으면서 살아왔다’라고 말한다. 여기에서의 ‘썩는다’의 의미는 순수한 자연성의 상실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부패해 가는 마음 안의 거대한 저수지’가 그 점을 암시한다. 시적 화자는 현대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패를 통해 이제는 새롭게 변화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는 것이다. 발효는 미생물이 자신의 효소로 유기물을 분해 또는 변화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시의 뒷부분은 ‘물왕저수지’가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는 시적 화자의 삶의 소망이며, 부패에 대한 치유책이 되는 발효의 마음을 꿈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죽음을 넘어서서 대자연의 일부가 되려는 시인의 꿈은 물왕저수지라는 상상의 공간에서 흰 갈대꽃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잉어와 물오리 떼를 활기차게 만든다. 죽은 사물들은 발효하여 산 것들의 양분이 된다. 죽어서 해체되고 반죽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생명을 꿈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최승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부패에서 상생으로 나아가는 ‘발효’이다. 발효는 식물을 썩히되 긍정적인 방향으로 썩힌다는 점이다. 최승호는 문명과 인간 존재가 뒤틀려 전락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거기서 발효의 미학을 발견한다. 그에게 발효는 인간과 자연이 상생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순환을 통한 생명력 있는 삶을 지향

인간의 부정적인 욕망의 모습은 오물로 반죽되어 부패되거나 고통스럽고긴 괴저의 시간을 거쳐야 했지만 시적 화자는 그 시간이 새로운 생명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한 힘든 과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거부할수록 불어나는 오물을 깨닫는 순간 이미 죽음에 이르러 그 모습조차 없어진 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더러움 속에서 발효하는 생명을 찾아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된다. 죽어있는 삶은 반죽되고 새로운 생성을 기약하는 “흰 갈대꽃”을 피우고 “잉어”와 “물오리 떼”에게 “발효하는 숨결”을 부여한다. 

거대한 반죽이 발효를 통해 새로운 유기체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마치 생명체가 만들어지기 전 암흑의 지구를 닮아 있는데, 순환적인 의미로 보자면 새로운 삶을 향한 의지이다. 산소호흡을 통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대부분의 유기체에게 있어서 생존에 필요한 산소가 없다면 그 삶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무산소 호흡으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인 발효는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고도 본래의 물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산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발효의 이미지는 재생을 위한 시적 장치로, 생과 사의 순환적인 이미지를 의미한다. 최승호 시인의 존재론적 인식에 있어서 이전의 관심이 삶 속에 포함되어 있는 죽음에 대한 통찰에 집중된 것이었다면, 현상적 죽음에 내포되어 있는 재생의 가능성에 두어지는 새로운 관심은 또 다른 변모의 계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최승호, 「발효」  관련 문제 (6문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윤동주, '바람이 불어'

 

(나) 부패해 가는 마음 안의 거대한 저수지를

나는 발효시키려 한다

 

나는 충분히 썩으면서 살아왔다

묵은 관료들은 숙변을 내게 들이부었고

나는 낮은 자로서 / 치욕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땅에서 냄새나지 않는 자가 누구인가

수렁 바닥에서 멍든 얼굴이 썩고 있을 때나

흐린 물 위로 떠오를 때에도 / 나는 침묵했고

그 슬픔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한때 이미 죽었거나

독약 먹이는 세월에 쓸개가 병든 자로서

울부짖음 대신 쓴 거품을 내뿜었을 뿐이다

문제는 스스로 마음에 뚜껑을 덮고 오물을 거부할수록

오물들이 더 불어났다는 사실이다

뒤늦게 나는 그 뚜껑이 성긴 그물이었음을 깨닫는다

물왕저수지라는 팻말이 내 마음의 한 변두리에 꽂혀 있다

나는 그 저수지를 본 적이 없다

긴 가문 날 흙먼지투성이 버스 유리창을 통해

물왕저수지로 가는 길가의 팻말을 얼핏 보았을 뿐이다

그 저수지에 / 물의 법이 물왕의 도가

아직도 순환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 저수지에 왕골을 헤치며 다니는 물뱀들이

춤처럼 살아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물과 진흙의 거대한 반죽에서 흰 갈대꽃이 피고

잉어들은 쩝쩝거리고 물오리 떼는 날아올라

발효하는 숨결이 힘차게 움직이고 있음을

내 마음에도 전해 주기 바란다

-최승호, '발효'

 

(다) 영명사에는 중도 보이지 않고

영명사 앞에는 강물만 흐르고 있네

달 없는 이 밤에 탑 하나 뜰 가에 서 있고

사람은 없는데 빈 배만 나루에 매어 있네

하늘을 날아가는 저 새는 어디로 가나

들 바람은 끊이지 않고 불어오네   

지난 일 아득하여 물을 곳 없어

연기 속 석양을 바라보니 시름뿐이네

-이혼, '부벽루'

 

 1. (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대립적인 시어를 구사하여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② (가)와 (다)는 선경후정의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③ (나)와 (다)는 동일한 어미를 반복하여 소망의 어조를 드러내고 있다.

④ (가)~(다) 모두 반성적 어조를 구사하여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⑤ (가)~(다) 모두 화자를 자연물에 비유하여 자연 친화적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2. (가)와 (나)의 화자가 대화를 나눈다고 할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 저는 그동안 힘든 상황에 그저 수동적인 존재로 살아왔습니다.

② (가): 저 역시 괴로움의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괴롭게 삶을 살아왔습니다.

③ (나): 하지만 내 마음이 오물로 썩어가는 현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습니다.

④ (가): 저 역시 강물을 보며 반석 위에 굳건히 서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⑤ (나): 저는 내 마음속에서 발효하는 숨결이 움직이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3. (가)의 '바람'에 대한 <보기>의 해설을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윤동주의 시에서 '바람'은 부정적 이미지를 지닌 대상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바람'은 부정적 이미지를 지닌 대상이 아니다. 화자가 괴로움의 이유를 찾는 계기가 바로 '바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바람'은 유동성의 속성을 지닌 대상으로, 화자의 반성을 촉구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① '반석'과 '언덕'은 유사한 이미지를 지닌 대상으로 볼 수 있겠군.

② 화자는 '부는 바람' 속에서 정체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있겠군.

③ '부는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도 유동성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겠군.

④ '언덕' 위에 서 있는 화자는 자신을 '강물'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겼겠군.

⑤ 화자는 자신이 괴로워하는 이유가 결국은 '바람'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군.

 

4. <보기>는 (나)의 작가에 대한 평론의 일부이다. 이를 참고하여 (나)의 시어나 시구를 이해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최승호의 시 세계는 현실의 폭력이나 세계의 광포함에 내던져진 존재의 모습을 그려 내는 데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바람직한 삶에 대한 열망을 추구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비인간화의 상황을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그의 시 세계는 결국 현대 사회의 병든 삶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① '부패해 가는', '썩으면서' 등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병든 삶을 드러내고 있다.

② '낮은 자', '쓸개가 병든 자'는 세계의 광포함에 내던져진 존재라 할 수 있다.

③ '물왕의 도'가 순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바람직한 삶에 대한 열망으로 볼 수 있다.

④ '독약 먹이는 세월'이란 부정적인 비인간화의 상황을 형상화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⑤ '묵은 관료', '왕골을 헤치며 다니는 물뱀' 등은 현실의 폭력을 가져온 주체로 볼 수 있다.

 

5. (다)와 <보기>를 비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에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서 노니는가?

돌다리에 기대어 휘파람을 부노라.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푸르네. -이색, '부벽루'

① (다)와 <보기> 모두 쓸쓸함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② (다)와 <보기> 모두 자연과 인간사를 대조하고 있다.

③ (다)와 <보기> 모두 시각적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

④ (다)와 달리 <보기>는 지난날의 역사를 회고하고 있다.

⑤ <보기>와 달리 (다)는 자연 친화적 어조가 드러나 있다.

 

6. ㉠과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은 화자의 시름을 환기한다.

② ㉠은 화자의 관찰을 형상화한 것이고, ㉡은 화자의 상상을 드러낸 것이다.

③ ㉠은 화자가 미래의 상황을 상상한 것이고, ㉡은 과거의 상황을 회상한 것이다.

④ ㉠은 화자가 처한 현실을 드러내고, ㉡은 화자에게 닥칠 미래 상황을 암시한다.

⑤ ㉠은 화자가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고, ㉡은 화자의 심리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된다.

 

[정답과 해설]

(가) 윤동주, '바람이 불어'

윤동주의 시에서 보이는 가장 중요한 정신은 자아 성찰과 부끄러움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시 역시 일제 강점기의 부당한 현실 앞에서 방관자로 남은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하며 반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람은 불고 강물 역시 목표를 향해 흐르는데, 정작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반석과 언덕 위에 그대로 머문 채, 정체된 삶을 살고 있다는 자기 응시를 통한 자아 성찰이 잘 드러난다.

구성 1연: 어디론가 불어 가는 바람

2연: '나'의 괴로움

3~4연: 괴로움의 이유를 찾지 못하는 '나'

5~6연: 흐르지 못하고 한 곳에 서 있는 '나'

주제 흐르지 못하고 정체된 삶에 대한 번민

(다) 이혼, '부벽루'

 한시의 전형적인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를 통해 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되는 인간사의 무상함을 노래한 작품이다. 부벽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영명사의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와 빈 배만 매어 있는 외로운 분위기는 시름뿐인 화자의 외롭고 슬픈 정서와 잘 조응되고 있다. 반면에 하늘을 나는 새와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은 자연의 영원성을 드러내는 소재로 무상하고 쓸쓸한 인간의 모습과는 대조된다.

구성 1~4구: 고요하고 적막한 영명사의 정경

5~6구: 날아가는 새와 끊임없이 부는 바람

7~8구: 물을 곳 없는 시름 속의 인생

주제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되는 인간사의 무상함

 

1. 작품 간 비교 감상(답) ①

(가)는 유동성의 의미를 지닌 '바람, 강물'과 정체성의 의미를 지닌 '반석, 언덕'의 대립적 시어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나)에서도 '부패 ↔ 발효', '묵은 관료 ↔ 쓸개가 병든 자' 등의 대립적인 시어로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오답 피하기② 선경후정으로 시상이 전개된 것은 (다)뿐이다.③ (나)와 (다)에서 동일한 어미가 반복되고 있기는 하나, 소망의 어조가 드러나는 것은 (나)뿐이다. ④ (가)와 (나)에서는 반성하는 화자의 모습을 찾을 수 있으나, (다)의 화자는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 ⑤ (가)~(다) 모두 자연 친화적 정서를 노래한 작품이 아니다.

 

2. 화자의 태도 파악(답) ④

(가)의 화자가 서 있는 '반석'은 부정적 의미로 쓰인 시어이다. '반석'에 서 있는 삶은 아무런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는 부정적 삶을 뜻한다. 따라서 '반석' 위에 굳건히 서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는 ④의 내용은 (가)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

 

3.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이해(답) ⑤

<보기>에 의하면 (가)에서의 '바람'은 화자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매개체이지, 화자를 괴롭게 하는 본질적 대상이 아니다. 자신이 '바람'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음을 깨닫는다는 것은 적절한 해석이 아니다.

(오답확인)① 이 시에서 '반석'과 '언덕'은 정체성을 지닌 대상으로 서로 유사한 이미지를 지닌다.

② 화자는 '바람'과 '강물'도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데, 자신만 정체되어 있음을 느끼며 반성하고 있다.

③ '바람'과 '강물'은 움직이는 대상이므로 유동성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④ '언덕' 위에 서 있는 화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반성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는 '강물'만 못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4. 작품 감상의 적절성 판단(답) ⑤

'묵은 관료'는 현실의 폭력을 가져온 주체로 볼 수 있지만, '왕골을 헤치며 다니는 물뱀'은 깨끗한 저수지에서 생태계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존재이다. 따라서 '현실의 폭력을 가져온 주체'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5. 작품 간의 비교 이해(답) ⑤

 <보기>는 역사를 회고하며 고려의 국운 회복을 소망하고 있는 시로, 자연 친화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도 자연의 영원함에 대비되는 인간사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을 뿐, 자연 친화적 어조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답확인)① (다)는 적막한 영명사의 분위기를 통해 쓸쓸함을 자아내고 있으며, <보기> 역시 영원한 자연과 대비되는 인생의 무상감이 잘 드러난다. ④ <보기>에서는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서 노니는가?'라고 하여 고구려의 지난 역사를 회고하고 있다. (다)에서는 역사를 회고하고 있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6. 시어의 기능 추리(답) ①

㉠의 '물과 진흙의 거대한 반죽에서 흰 갈대꽃이 피는' 모습은 깨끗이 정화된 저수지에서 생명이 넘쳐나는 모습이다. 이는 화자가 소망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의 '사람은 없는데 빈 배만 나루에 매어 있는' 외로운 모습은 시름에 젖어 있는 화자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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