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23년 7월 고3 모의고사 출제-관촌수필-여요주서-이문구-현대소설-핵심정리-해설-분석

국어모의고사사전

by 국어벅스 2023. 7. 12. 19:11

본문

2023년 7월 고3 모의고사 출제 현대소설 「관촌수필」 이문구

현대소설 「관촌수필」(이문구)에서 이번 7월 모의고사에 출제된 대목은 7장 여요주서(與謠註序)이다. 제목인 여요주서는 노래와 같은 주석이나 서문이란 뜻으로, 그저 그런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 작품의 내용은 동네 꼬마가 아버지의 병구완을 위해 잡은 꿩으로 인해, 자연보호를 위배 했다는 이유로 '용모'가 공권력의 횡포를 당하는 대목이다. 관촌수필은 이문구가 자신의 고향인 대천 관촌 부락을 배경으로 쓴 연작 소설이다. ‘일락서산’, ‘화무십일’, ‘행운유수’, ‘녹수청산’, ‘공산토월’, ‘관산추정’, ‘여요주서’, ‘월곡후야’의 순서대로 총 여덟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락서산’에서 ‘공산토월’까지는 글쓴이가 고향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내용으로, 6·25전쟁을 전후로 자신의 집안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관산추정’은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난 이야기로, 고향 대천이 변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타난다. ‘여요주서’와 ‘월곡후야’는 성인이 되어서 고향 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겪은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제] 농촌의 어려움, 공권력의 횡포에 대한 비판

 

2023년 7월 고3 모의고사-관촌수필-이문구-작품해설

 

 

 

이문구,  「관촌수필」 핵심 정리

·작가: 이문구

·갈래: 현대소설, 중편소설, 연작소설(총 8편), 순수소설, 농민소설, 농촌소설, 사실주의 소설

·배경: 충청도 관촌(갈머리) 마을, 8장 <여요주서(麗謠註書)>의 시간적 배경은 1970년대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성격: 자전적, 회고적, 회상적, 비판적

·제재: 꿩 수렵 문제로 인한 갈등

·서술상 특징

-농촌 문제를 비교적 사실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여유있고 걸쭉한 입담과 해학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투리(지역 방언)의 사실적인 사용을 통해 향토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신용모의 순수함이 공권력의 횡포로 피해를 입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실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주제: 따뜻한 공동체적 삶의 파괴, 농촌의 어려움, 공권력의 횡포에 대한 비판

·인물

-나(1인칭 서술자): 신용모의 상황에 대한 위로를 해주면서 신용모의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듣는 이해심 깊은 사람이다. 

-신용모: '늘 몰라'라는 뜻의 장부석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평소에도 매우 착하고 순진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공권력의 횡포로 피해를 입는 농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 인용된 '물은 부드러우나 추운 겨울에 얼면 굳어져 부러진다'에 빗대어진 인물로 볼 수 있다.

-최 순경: 야생동물보호법을 어긴 신용모를 체포한 후에 신용모의 진술을 전부 거짓말이라고 보면서 스스로 죄를 인정하라고 협박을 하는 고지식하고 남의 말에 귀를 열지 않는 인물이다. 공권력의 횡포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연작소설 「관촌수필」의 전체 내용과 구조

▷①~⑤는작가의 고향을 배경으로 하는 유년 시절의 추억을 그리고, ⑥은 어린 시절의 고향 친구를 만난 이야기, ⑦~⑧은 커서 고향을 돌아보며 체험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관촌수필」은 작가의 고향인 충남 보령 관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6·25 전쟁을 전후한 농촌의 급작스러운 변모와 전통적 질서가 와해되는 과정을 꼼꼼하게 그려 낸 연작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전쟁이 끝난 지 20여 년 뒤 고향을 찾은 작가가 옛일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① 일락서산(日落西山) : ‘나’의 인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전형적인 이조인(李朝人)이었던 할아버지와 그와 더불어 살아 있던 옛날의 고향 풍경의 왕소나무가 자취없이 사라져 버린 노스탤지어를 서정시적인 감흥으로 엮어 내고 있다.

② 화무십일(花無十日) : 6. 25 전쟁을 통한 윤 영감 일가의 고난과 비극적 가족 관계를 회상하는, 터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③ 행운유수(行雲流水) : 성장기를 같이했던 옹점이의 결혼 생활과 인생 유전을 아픈 가슴으로 그려냄

④ 녹수청산(綠水靑山) : 대복이와 그 가족에 얽힌 이웃 관계와 순박한 삶, 그 삶이 퇴색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음.

⑤ 공산토월(空山吐月) : 왕조 체제의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 신음하면서도 상부 상조하던 백성의 전형을 석공(石工)을 통해 보여 주어 감종적인 인간상을 그려냄

⑥ 관산추정(關山芻丁) : 그 포근하던 한내[大川]가 도시에서 밀려온 소비 문화와 퇴폐의 하수구가 된 실상을 그리고 있다.

⑦ 여요주서(麗謠註序) : 아버지의 병구완을 위해 잡은 꿩 때문에, 자연 보호에 역행했다는 이유로 공권력의 횡포에 시달리는 이야기이다.

⑧ 월곡후야(月谷後夜) : 벽촌에서 소녀를 겁탈한 사건을 둘러싸고 동네 청년들이 범인에게 사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이야기이다.

 

「관촌수필-여요주서(麗謠註書)」  줄거리 

 이문구의 연작소설집 「관촌수필」의 일곱 번째 이야기 '여요주서'는 1976년 계간문예잡지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실린 소설이다. 「관촌수필」 속 다른 이야기들이 작가의 어린 시절인 1940년대 풍경을 주로 그렸다면 '여요주서'는 작가가 소설가가 된 후인 1970년대 풍경이 주로 그려진다. 주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관촌 마을을 떠나 살고 있던 '나'는 고향에 들렀다가 몇 시간 뒤에 올 상행선 기차를 기다리는 중에 역전 거리에서 신용모를 만난다. 그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장정이 다 되도록 이웃해 지내던 사이인데 십수 년만에 만난 반가움도 있지만 무슨 신통치 않은 일이 있는지 갑갑증에 일그러진 표정이다. ‘신용모’는 지금 전깃불도 안 들어오는 느름재에서 살고 있었다. 느름재는 사람이라곤 열다섯 가호밖에 살지 않는 동네로 사람보다는 야생동물 보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외진 마을이다. 이처럼 야생동물이 많다 보니 농작물 피해도 극심했지만 야생동물 보호령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아야 했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것은 꿩이었다. 하지만 모두들 일에 묻히어 살다 보다 이를 물리쳐볼 궁리라곤 할 수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가 실없는 짓을 하다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며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나’가 이유를 묻자, 그는 며칠 전의 일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는 느름재에서 읍내로 나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려했다. 그런데 길을 가던 중꿩을 잡은 어린아이가 그 꿩을 팔고있었다. 평소에도 신용모는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고 읍내로 나가던 중 중꿩을 잡은 어린아이를 보고 읍에서 팔게 되면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거라며 함께 읍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당당하게 시장에서 그 꿩을 팔고 있던 중 한 남자가 그를 끌어내었다. 그 남자는 사람들에서 최 순경이라고 불리는 형사였고 그를 체포한 것이다. 알고보니 그때는 야생동물보호법이 실시되고 있었고 꿩을 잡는 것이 불법이였던 것이다. 신용모는 잡히고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형사의 욕설과 폭행이었다. 결국 법정에 서서 판사에게 그는 자신도 인격이 있는데 야생동물의 물격보단 더 소중할 것이라면서 반박을 하나 결국 벌금 2만 원을 선고받는다.

 

[본문 내용]

 야생 조류와 야생 동물 등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당면 과제이며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보호 하자는 동물을 해쳐서야 되겠느냐는 판사의 나무람을 말없이 듣고 있던 용모는 평소의 주눅들고 겁먹은 음성이 아닌 태도로 입을 떼었다.

"물런 그렇지유. 그러나 말입니다, 꿩은 말입니다, 과연 현재 보호헐 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두 문제란 말 입니다. 보호험건 보호허야 마땅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그렇지 않단 말입니다. 실지 농작물을 망치는 해조는 으레 참새만 긴 줄 아시는데 말입니다, 꿩의 피해는 말입니다, 사실 농군에게는 말입니다, 헐씬 심각하다 이 말입니다. 이것은 그냥 참고로 아시라구 말씀드리는 말입니다." 

 

 

 

「관촌수필-여요주서(麗謠註書)」  내용

 신용모는 농투성이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고향 관촌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는데 그의 가족은 관촌부락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동네 개펄이 간사지 논으로 바뀔 무렵 수로가 그의 집을 쪼개며 지나게 되었고 논과 밭마저 수로로 들어가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준 보상금은 시가보다 헐하게 매겨져 그의 가족은 트럭 한 대 지나다닐 수 없는 하늘이 막힌 산골동네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보다 야생 동물이 더 흔한 산동네에서 밭농사를 짓는 것은 야생 동물과의 싸움이었다. 들비둘기와 꿩이 농작물을 망쳐놓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야생 동물 보호령이 내려진 꿩의 행패는 가장 심했다. 

 오일장이 서던 날, 장에 가는 길에 용모는 동네 방앗간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위에 사는 동네 아이가 잡아온 장끼를 구경하며 사람들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이는 넝쿨로 올무를 해 놨더니 잘끼 모가지가 옭혀 죽어 있더라고 그래서 몸이 아픈 아버지가 장에 가 팔아 오랬다는 얘기를 한다.

읍내 입구에 도착해 용모는 아이의 손에서 꿩을 넘겨받는다. 물건을 흥정하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리고 한 푼 이라도 더 받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꿩을 들고 시장에 들어서자 누군가 흥정을 해 온다. 눈치가 없고 천성이 둔한 용모는 그가 잠복해 있는 형사인지도 모르고 흠정하기 위해 그를 따라가는데 그러는 동안 아이는 눈치껏 내빼고 없다.

따귀 몇 대 맞고 파출소에 끌려가 조사를 받으면서 용모는 자기가 잡은 게 아니고 이웃집 아이가 잡은 거라고 사실을 말했지만 형사는 믿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에게 덮어 씌운다고 욕을 얻어먹었고 허벅지와 엉덩이와 아랫배를 찍히고 밟혔다. 형사는 말했다, 내가 손버릇이 안 좋아서 그리 된 것이니 좋은 경험 했다 생각하고, 이런 사건은 구속 입건 해야 되지만 특별히 봐줘서 즉결에 넘기는 것이라고, 나같은 사람 만난 건 운이 틴 거라고.사실을 사실이라 주장해 봤자 더 심한 폭력을 당할 것이고 형사가 한 말을 들어보면 자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해서 용모는 진술서에 지장을 찍고 즉결재판에 넘겨지게 되었다. 마침 즉결재판이 있던 날 '나'는 역전 거리에서 용모를 만났던 것이고 그의 부탁으로 오후 1시에 진행되는 용모의 즉결재판에 동행하게 된다.

 매주 한 번씩 1시간 동안 열리는 작은 읍의 순회재판소에서 드디어 용모 차례가 되었다. 재판에서 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진술하며 억울함을 풀어야 할까,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써야 할까 내내 고민하던 용모는 진실 을 말했다가 괜히 덧날까 봐 겁나서 뒤집어쓰자는 생각으로 판사 앞에 불려 나갔다.판사의 판결을 끝으로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판사는 신용모에게 벌금 2만 원을 선고했다. 피의자가 개전의 정이 전혀 안 보이고 술 취해서 횡설수설했다는 이유와 이런 사람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서 본보기를 삼아야 한다는 이유가 보태졌다.

 

「관촌수필」  여요주서의 사건과 갈등

 장에 도착한 용모는 이웃들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한 아이를 만난다. 느름재 위뜸 고학성이 아들 성문이다. 그 아이는 겨드랑이에 장끼를 한 마리 물리고 있었다. 집에 있는 병든 아비를 위해 자신이 잡은 꿩을 장에 팔러 나온 것이었다. 이에 용모는 어린 것이 흥정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생각과 한 푼이라도 더 받아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꿩의 판매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장에 나와 있던 형사에게 걸려버렸다. 꿩을 잡는 것은 야생동물 보호법 위반이었던 것이었다.

 처음엔 자기가 잡은 것이 아니라 성문이가 잡은 것이라고 얘길 했으나 이미 눈치 빠른 성문이는 그 자리를 뜨고 없었다. 파출소로 끌려간 용모는 자신의 결백을 얘기하고 이 꿩은 성문이가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오히려 형사의 매를 불러올 뿐이었다. 결국 형사의 폭행에 굴복한 용모는 자신이 잡은 것이라고 거짓 자백을 하게 된다. 이제는 꼼짝없이 용모 자신이 직접 법을 어긴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늘은 그 사건 이후 순회 재판소 법정으로 출두하기 위해 장에 나왔다 나를 만난 것이다. 그는 돈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법정 출두를 막아보려 했으나 가진 것 한 푼 없고, 또 융통을 해주겠다는 사람도 없어, 돈이 안되면 최순경이라도 만나 말이라도 좋게 해달라는 의미로 처삼촌을 만났으나 별 소득이 없다. 이제는 꼼짝없이 법정에 출두하여 판사 앞에 설 수밖에 없다. 억울하지만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었을 때 일어날 파장을 감당할 용기가 없는 그였다. 오히려 앙갚음을 당할까 두려워 그냥 자신이 잡은 것으로 하겠다고 좁은 바닥에서 누군가와 혐의 지거나 유감을 품고 살 수가 없다는 것이 용모의 의견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너무나 안타까워 진실을 밝히라고 충고를 하나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이윽고 판사 앞에 선 용모. 판사가 야생조류나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용모를 나무랐다. 이때,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보여왔던 어눌하고 주눅이 든 모습이 아닌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으로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용모.

 농군으로 살면서 야생조류, 특히 꿩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동물에게 물격이 있다면 나 같은 인간에게는 인격이라는 것이 있으니 나도 법의 보호를 받고 싶다고 판사를 향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용모의 그런 모습을 보다 문득, 물은 부드러우나 추운 겨울에 얼면 굳어져 부러진다던, 어디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하지만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하 모습을 보여준 용모에게 돌아온 것은 보인이 받고 싶다던 법의 보호가 아닌 술에 취한 모습에 뉘우침의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벌금 2만 원이 돌아왔다.

 

 

 

「관촌수필」 여요주서 작품해설 이해와 감상

 신용모는 농부의 입장에서 꿩이 농작물에 주는 피해와 그로 인해 농사지으며 먹고살기 힘들어진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한다. 야생 동물 보호법으로 인해 보호받는 꿩들이 농작물을 다 망치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 농부는 죽게 생 겼다고, 판사와 법이 간과한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준다. 그러나 법령을 근거로 재판을 하는 젊은 판사에게 농부의 가혹한 삶의 현장은 전혀 와닿지 않는다.

 결국, 인간에게 도움이 되려고 만들어진 법이 힘없고 가진 것 없고 무지한 사람에게는 방패가 아니라 창이 되어 고통과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더구나 용모는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용모가 꿩을 들고 있는 현상을 사실로 믿은 경찰은 일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볼 생각이 없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발뺌한다고 죄질이 나쁘다고 가혹한 폭력을 여러 번 용모에게 휘둘렀다. 평소 성격이 어수룩하고 물렁하고 무디고 변변치 못한 용모는 자신의 억울함을 정식 재판을 걸어 진실을 밝힐 만한 주제도 못 되는 사람이기에 그냥 뒤집어쓰자 생각했다. 그런데 재판 과정 중 판사의 말을 들으면서 용모는 야생 동물도 보호해 준다는 법정에서 나는 사람인데 나도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반박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이와 같이 '여요주서'의 신용모의 이야기는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공권력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1970년대 농촌 현실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소설가 이문구(1941~2003) 

 이문구는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났다. 5남 1녀 중 4남이었다. 한산 이씨의 핏 줄을 강조하던 조부와 군서기 등을 지낸 아버지 밑에서 비교적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남로당 활동을 했던 그의 아버지가 붙들려 처형되고, 집에서 요양 중이던 둘째 형도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셋째 형도 아버지의 활동에 연루되어 대천 앞바다에 산 채로 수장되었고, 이미 첫째 형은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집되어 행방불명인 상태였다. 이 여파로 조부까지 돌아가시면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이문구는 졸지에 집안의 장남이 된다. 이때의 참 담한 경험 때문에 이문구는 어떤 위치에서나 '중립'을 지키고자 했다는 분석도 있다. 

 어머니까지 여의고 졸지에 소년 가장이 된 이문구는 중학교 졸업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으나 좌익 집안으로 낙인 찍혀 동네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결국 그는 1959년 서울로 상경하여 떠돌이 행상, 도로 포장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는데, 이때 남로당 간부였던 시조 시인 이호우가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문인들의 구명 운동 덕분에 살아났다는 기사를 접한다. 이문구는 이 기사를 읽고 문인이 되면 잡혀가도 죽지는 않겠다고 생각하여 문학가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우익 문단의 거목인 김동리의 제자가 되는 것이 유리 하겠다는 생각에 김동리가 교수로 있는 서라벌예대로 진학했다.

 1961년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이문구는 평생 스승으로 모신 김동리를 만난다. 이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다가라 불망비>를 포함해 세 편을 현대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러나 1970년대 유신 시절, 보수와 순수 문학을 대표하는 김동리와 진보 진영과 참여 문학의 선두에 선 이문구, 이들 스승과 제자의 문학적 경향은 상극이었다. 그럼에도 사제지간의 정은 조금도 변치 않았다.

 이문구는 1970년대 들어 농촌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가 나고 자란 보령에서의 경험이 창작하는 원동력이었으며 그의 소설 대부분은 충청도 사투리를 입말 그대로 살려 내었다. 1977년에는 발표했던 단편을 모아 <관촌수필>을 냈다. 평론가 염무응은 이 작품을 두고 "잃어진 육친과 쫓겨난 고향에 대해 바치는 최대의 문학적 헌사요, 낳아 길러 준 땅에 되돌리는 가장 귀한 앙갚음”이라고 호평했다. 1989년에는 조부와의 기억이 얽힌 토정 이지함을 모신 보령의 화암 서원 근처에 폐가를 얻어 집필실을 마련해 <매월당 김시습>을 집필하기도 했다. <관촌수필>은 실화를 토대로, 성년이 된 작가가 유년기를 보낸 고향의 모습과 전쟁의 혼란에 떠밀려진 순박한 농민들의 인생 유전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 자전적 성격의 연작 소설이다. 30부작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하였다.

 

근대화 과정 속에서 겪는 변화의 실상 

 이문구의 소설은 우리 사회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점차 상실되어 가는 전통적 삶의 숨결과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파하고 있다. 그가 다루고 있는 세계는, 근대화의 물결에 후광을 얻는 도시적 삶이 아니라 근대화의 음지에 해당되는 도시 변두리나 농촌의 변화된 현실이다. 그리고 그의 소설들은 단순히 그가 다루는 토속적인 세계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화 과정 속에서 겪는 변화의 실상과 양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다루면서도 고향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낭만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겪는 갈등과 불화의 정체를 밝히는 데에 작가의 시선이 응집되어 있다. 이 <관촌 수필>에서도 이러한 이문구의 소설적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고향을 무대로 하면서도 고향의 복고적 취향이나 전통적 인간의 삶을 다루지 않고 그 이면에 놓인 변화의 구체적 정체를 밝히면서 변화 속에서 겪는 인간적 갈등과 변모된 현실을 비판적으로 제시하려는 점이 그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