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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고3 모의고사 출제-거꾸로 보기-법정-수필-핵심정리-해설-분석

국어모의고사사전

by 국어벅스 2023. 7. 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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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고3 모의고사 출제 현대수필 「거꾸로 보기」 법정

현대수필 「거꾸로 보기」(법정) 는 ‘거꾸로 보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담담하게 펼쳐 내고 있는 수필이다. 일상의 경험에서 우연히 발견한 깨달음의 내용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찾기 위해 ‘보는 각도’를 달리하고 ‘열린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기를 당부하고 있다. 자신이 깨달은 바를 다른 이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구도자의 자세가 잘 드러나 있다.

 

[주제] 세상을 새롭게 보는 것의 필요성

 

2023년 7월 고3 모의고사-거꾸로보기-법정-작품해설

 

 

 

법정,  「거꾸로 보기」 핵심 정리

· 작가: 법정

· 갈래: 현대 수필

· 성격: 명상적, 반성적, 사색적, 교훈적

· 제재: 거꾸로 보기

· 표현상 특징

-일상을 뒤집어 보는 행동을 통해 고정 관념에 굳어 버린 삶을 반성하고 있다.

-일상의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일화를 통해 깨달음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 글쓴이는 귀로 들려오는 새 울음소리와 눈으로 보이는 숲의 빛깔을 모두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 글쓴이는 자연 속에서 삶에 대한 교훈을 발견하고 있다. 

-글쓴이는 주변의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글쓴이는 일상의 우연한 경험을 계기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다.

-글쓴이는 자연 속 동식물을 인간과 같이 인격적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다.

-묘사, 비유, 의인, 유, 인용 등 다양한 표현 방법을 활용하여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유추를 활용하여 체험의 내용을 확장하고 있다.

-인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하고 있다. 

-문장을 도치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하, 이것 봐라 하고 나는 벌떡 일어나 ~ 놀이를 하던 그런 모습으로./ 이건 얼마나 그릇된 오해인가. 사람이나 사물은 끝없이 형성되고 변모하는 것인데.)

-의인화와 비유를 통해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 봄날이 나를 흔들려고 하네 / 시들한 관계의 뜰에 생기가 돌 것이다 / 우리에게 빛과 소금이 되었으면 싶었다)

-의태어와 의성어를 활용하여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구우구우거리는/까불까불)

- 대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있다. (고정관념 ↔ 열린 눈)

· 주제: '거꾸로 보기'를 통해 얻은 고정 관념에 대한 반성, 사물을 새롭게 보는 것의 중요성

· 구조

▷체험 1 : 무심코 서까래 끝에 열린 하늘을 바라보고 새로운 느낌을 얻어 가랑이 사이로 산을 내다봄. 

→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눈의 중요성을 깨달음.

▷체험 2 : 작은 수도원을 방문하여 가난하면서도 소탈한 모습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수도원 사람들을 보게 됨.

→ 새로운 시각에서 바람직한 종교인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됨.

 

 

「거꾸로 보기」  제목의 의미

 제목 '거꾸로 보기'란 대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본문에서 '아름다운 비밀'과 연관되는데, ‘아름다운 비밀’은 대상에 대한 정확한 진실이나 본질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비밀’ 은 대상을 보는 각도를 달리하는 것, 다시 말해 고정 관념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 대상을 ‘열린 눈’ 으로 바라보았을 때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즉, '거꾸로 보기'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비밀'을 찾아내는 새로운 '열린 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대상을 바라볼 때 고정 관념이나 선입견에 휩싸여 대상의 본모습을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대상의 본질이나 대상과 관련한 정확한 진실은 잘 드러나지 않으며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열린 눈’을 통해 찾아낸 대상의 본질이나 진실은 고정 관념이나 선입견으로부터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않았기에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대상의 본질이나 진실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거나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비밀’ 이 되는 것이다.

 

'열린 눈'의 의미

- 허심탄회 빈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눈

- 남의 눈을 빌리지 않은 눈 → 타인의 관점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눈

- 기존의 눈과 보는 각도를 달리하는 눈

- 사물이 지닌 새로운 면이나 아름다운 비밀을 보는 눈

 

「거꾸로 보기」  전문 내용

 침묵의 숲이 잔기침을 하면서 한 꺼풀씩 깨어나고 있다. 뒤꼍 고목나무에서 먹이를 찾느라고 쪼아 대는 딱따구리 소리가 자주 들리고, 산비둘기들의 구우구우거리는 소리가 서럽게 서럽게 들려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숲을 찾아오는 저 휘파람새, 할미새가 뜰에 내려와 까불까불 가벼운 몸짓으로 인사를 한다. 저아래 골짝에서부터 안개처럼 보얗게 새 움이 터서 밀물처럼 산허리로 올라오고 있다.

  머지않아 숲에는 수런수런 신록 (新綠) 의 문이 열리리라. 그때는 나도 숲에 들어가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되고 싶다. 나무들처럼 새 움을 틔우고 가지를 뻗으면서 연둣빛 물감을 풀어 내고 싶다. 가리워 둔 속 뜰을 꽃처럼 활짝 열어 보이고 싶다.

  허허, 이 봄날이 나를 흔들려고 하네.

  귀는 항시 듣던 소리를 즐거워하고 눈은 새로운 것을 보고자 한다는 말은 그럴 법하다. 음악을 듣더라도 귀에 익은 곡만을 즐겨 듣고, 새것을 찾아 눈은 구경거리의 발길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귀는 좀 보수적이고 눈은 제법 진보적인 셈.

  재작년이던가 여름날에 있었던 일이다. 날씨가 화창하여 밀린 빨래를 해치웠었다. 성미가 비교적 급한 나는 빨래를 하더라도 그날로 풀을 먹여 다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찜찜해서 심기가 홀가분하지 않다. 그날도 여름 옷가지를 빨아 다리고 나서 노곤해진 몸으로 마루에 누워 쉬려던 참이었다.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서까래 끝에 열린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로 돌아누워 산봉우리에 눈을 주었다. 갑자기 산이 달리 보였다. 하, 이것 봐라 하고 나는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가랑이 사이로 산을 내다보았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 동무들과 어울려 놀이를 하던 그런 모습으로.

  그건 새로운 발견이었다. 하늘은 호수가 되고, 산은 호수에 잠긴 그림자가 되었다. 바로 보면 굴곡이 심한 산의 능선이 거꾸로 보니 훨씬 유장하게 보였다. 그리고 숲의 빛깔은 원색이 낱낱이 분해되어 멀고 가까움이 선명하게 드러나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다. 나는 하도 신기해서 일어서서 바로 보다가 다시 거꾸로 보기를 되풀이했다.

▶산을 거꾸로 본 경험과 새로운 발견  

 이러한 동작을 누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필시 미친 중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캐낼 수 있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람을 대하거나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것은 틀에 박힌 고정 관념 (固定觀念)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알아 버린 대상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기 어렵다. 아무개 하면, 자신의 인식 속에 들어와 이미 굳어 버린 그렇고 그런 존재로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얼마나 그릇된 오해인가. 사람이나 사물은 끝없이 형성되고 변모하는 것인데.

  그러나 보는 각도를 달리함으로써 그 사람이나 사물이 지닌 새로운 면을, 아름다운 비밀 을 찾아낼 수가 있다. 우리들이 시들하게 생각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이라 할지라도 선입견에서 벗어나 맑고 따뜻한 ‘열린 눈’ 으로 바라본다면 시들한 관계의 뜰에 생기가 돌 것이다.

  내 눈이 열리면 그 눈으로 보는 세상도 열리는 법이니까.

▶거꾸로 보기를 통해서 얻은 깨달음

  인도의 철학자인 크리슈나무르티는 그의 저서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우리가 보는 법을 안다면 그때는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리고 보는 일은 어떤 철학도, 선생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무도 당신에게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 당신이 그냥 보면 된다.”

  그 어떤 고정 관념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허심탄회 빈 마음으로 보라는 것. 남의 눈을 빌릴 것 없이 자기 눈으로 볼 때 우리는 대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열린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어디서 나오는 무슨 차는 맛이 좋고, 어디 차는 맛이 시원치 않다고. 물론 기호에 따라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차 맛에 어떤 표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형편없는 찻감만 아니라면 한 잔의 차를 통해 삶에 대한 잔잔한 기쁨과 감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요는 그 차가 지닌 특성을 알맞게 우릴 때 바로 ‘그 차 맛’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다. 인격에 고정된 어떤 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지닌 좋은 덕성(德性)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는 내게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고정 관념을 벗어나 사람이 지닌 덕성을 발견하기

  한동안 나는 그 희한한 광경을 혼자서만 즐길 수 없어, 내 산거 (山居) 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널리 보여 주었다. 나이 많은 노스님이건 어린 사미승이건, 신사와 숙녀를 가릴 것 없이, 나는 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그들 앞에서 앞산을 거꾸로 내다보는 동작을 해 보였다. 그러면 그들도 천진한 어린이가 되어 거꾸로 내다보면서 좋아라 했다.

  이렇다 할 구경거리가 없는 산이라 사물을 보는 또 하나의 시각 (視角)을 통해 함께 즐기곤 했었다. 좀 점잖지 못한 동작이긴 하지만, 여럿이서 그런 놀이를 하고 있을 때의 광경 또한 볼 만한 것이었다. 이런 산중 아니고야 모두가 점잔만 빼는 이 세상 어디에서 그런 동작을 지을 수 있겠는가.

▶재미 있는 거꾸로 보기

  지난 3월 서울에 갔을 때, 가톨릭 신자인 테레사의 인도로 어떤 수도원을 찾아간 일이 있다. 수도원이라고 하면 번듯한 건물에 담장이 높고 으레 수위실이 있을 것을 연상한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간 그 수도원은 동네 끝 야산 아래 있는 조그만 초가집이었다. 경기도 고양군 중면 일산 9리 밤가시골. 학생들 가슴에 다는 명패만 한 크기의 문패. ‘예수의 작은 자매회’라고 빛이 바랜 나무쪽에 쓰여 있었다. 그 문패처럼 이 세상에서 아마도 가장 작은 수도원일 것이다. 마을 집을 사서 들어왔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여느 민가나 다름이 없었다.

  성당은 대청마루, 아무 장식도 없고 벽에 붙인 조그만 감실(龕室)과 그 아래 켜져 있는 호롱불. 재래식 밥상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제대 (祭臺)로 쓰이는 것인가. 프랑스에서 왔다는 수녀님 두 분과 수련 수녀까지 합해서 열 사람도 채 안되는 조촐한 모임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주인과 나그네가 함께 한 상에 둘러 앉아 구수한 냉잇국과 김치에 맛있는 공양을 했다. 처음 찾아간 나그네에게도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편안한 집이었다. 이곳 자매들은 마을에 일손이 바빠지면 밭에 나가 일을 거든다고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는 고맙고 가까운 이웃이 되는 모양이다. 조그마한 초가에서 항상 웃음이 넘치는 걸 보고, 수도회의 이름 그대로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로구나 싶었다.

  일산의 밤가시골 초가집 수도원에서 교회와 사원을 바라보는 ‘눈’을 나는 그날의 선물로 받아 왔다. 가난하고 소탈하고 그러면서도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자매들의 있음이, 우리에게 빛과 소금이 되었으면 싶었다.

 

▶소통하는 수도원을 체험한 일

- 법정 , ‘ 거꾸로 보기 ’

 

 

 

유추를 통한 깨달음의 전달

 '차를 마시는 일'을 유추를 통해 인식을 확장시켜 '사람의 일'에  적용하여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빈 마음으로 보면 대상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음을 전달하고 있다. 

 

 ▷ 차를 마시는 일  

• 차 맛에 어떤 표준이 없음.
• 차가 지닌 특성에 알맞게 차를 우릴 때 차 맛을 알게 됨.

▷ 사람의 일 (유추를 통한 인식의 확장)

인격에 고정된 틀이 없음.
• 그 사람이 지닌 좋은 덕성을 찾아낼 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음.

 

법정 수필 참고자료

| 법정 수필의 문학적 의의 | “무소유”는 법정의 대표적인 작품집으로서 오늘날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읽히고 있다. 청빈의 삶과 무소유를 말하는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유독 법정의 “무소유”만이 설득력을 가지고 일반 대중들의 가슴을 파고들며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처음 발표되던 1971년이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산업화 시대의 자화상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집이 발표되었던 시대적 상황은 근대화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등으로 ‘물질적 풍요’를 갈구하던 시기였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긴 해도 진정한 행복은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법정의 비판적 시선은 날카롭지만, 따뜻한 인정과 자비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그의 수필을 읽으며 독자들은 마음의 위안을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속세와 등진 수도승이 수도 생활과 일상적 삶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필행일치’의 삶이 작품의 중심 사상을 이루고 있는 점 또한 수필의 새로운 양식에 대한 시도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법정의 혜안은 누구나 단순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사소한 것에서도 삶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발견해 냈다. 산중 생활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독자들에게 영혼의 피안처가 되어 준다.

 세 번째 이유는, 그의 문장이 쉽고 명료하게 진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간결한 문체와 평이하면서도 정곡을 꿰뚫는 비유적 표현과 인용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달해 준다. 법정의 문장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흐트러짐이나 감정의 풀어짐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의 문장은 독자의 머리로 와 닿기보다는 가슴으로 먼저 와 닿는다.

 네 번째 이유는, 법정의 문장은 접속 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문장 구성은 병렬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렬적 구성은 합승적 구성, 혹은 병풍형 구성이라고도 한다. 주제문을 앞세워 비슷한 경험이나 에피소드, 사상을 엮는 구성법으로서 주제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여러 단락이 이어져 이해하기가 쉽다. 중심 테마를 균등하게 나누어 문단 간의 질적, 양적 균형을 이루면서 통일성을 기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점은 법정 수필이 지닌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이유는, 수필을 통해 수도승의 생각과 삶을 일반 독자에게 담백하면서도 평이하게 전달해 주며, 자아 성찰의 비판적 시각은 수필의 새로운 경지를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법정의 수필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학적 향기를 들 수 있다. 법정의 날카로운 비판 의식과 함께 자연주의와 생태주의를 추구하는 그의 일상적인 삶의 태도가 불교 사상에 근본을 두고 있음이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경을 독자들이 쉽게 읽도록 접속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유나 은유와 같은 비유적 표현을 많이 사용한 데 문학적 향기가 있는 것이다. <중략>

  다시 말해, 법정의 수필이 한 순간의 인기에 끝나지 않고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수도승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변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백한 문체로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게 진술하면서 종교적 수행과 사색으로 승화시켜 행동하고 있는 그의 실천적 삶에 있다.

- 이명숙, ‘법정 수필 연구’(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9)

 

| 법정 수필의 특징 | 법정의 수필은 일상의 경험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심오한 불교의 진리에 융합시켜 자아 성찰을 하게 하고, 세인들의 정서를 순화시켜 현대 사회의 청량제 역할을 하는 데 그 가치가 있다. 그가 생의 마지막까지 산골 오두막집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불교적 명상으로 참 선(禪)을 갈구한 자연인으로 남아 집필 활동을 한 것은 그의 고매한 수필 정신의 소산이라 본다.

 “홀로 있다는 것은 순수한 내가 있다는 것. 자유는 홀로 있음을 뜻한다. 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어디에도 거리낄 것 없이 산울림 영감처럼 살고 싶네.”라는 법정의 체험적 독백은 그의 응축된 삶의 표현이다. 그의 삶은 수필이란 텍스트에서 형상화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과 창조적 힘을 발휘한 것이다. <중략>

  법정은 숨겨진 감성을 찾아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흙 속에 묻힌 나무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는 모순. 그것이 그에게는 대단한 사건이요, 경이인 만큼 그는 예리한 관찰자적 태도와 풍부한 감성을 가진 것이다. 한 송이 꽃도 그에게는 우주가 되어 사색의 장이 펼쳐진다. 그는 해마다 숲을 찾아오는 휘파람새, 할미새가 뜰에서 까불까불 가벼운 몸짓으로 인사를 하고, 안개처럼 보얗게 새 움이 터서 밀물처럼 산허리로 올라오는 신록의 숲에 들어가 자신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어 할 만큼 자연 속에 탐닉한다. 나무들처럼 새 움을 틔우고 가지를 뻗으면서 연둣빛 물감을 풀어내고 싶어 하며 자연과의 완전한 합일을 시도한다. 그리고 세인들에게 경고한다. 산에 가면 사람으로부터 해방되어 침묵으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열린 마음으로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눈과 귀로 자기 내부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한다. 법정은 자연의 내부에 자신을 깊숙이 침투시켜 자신의 소리를 듣는다. 자연 본연의 순수한 모습이 자신과 일치된 작가를 투시함으로써 독자도 승화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중략>

  자연을 통해 문학적 기호가 발생했다면 그 기호는 자연의 본질을 찾음으로써 강인한 생명력과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자연과 일상의 경험에서 오는 섬세한 감정을 명철하게 관조하고 기술하여 창조적 생명력을 갖게 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길을 제시한 법정 수필은 맑은 영혼으로 자아 성찰을 시도한 내적 작업과, 예리한 관찰력과 풍부한 감수성, 심원한 사상 고양으로 수필의 가치를 드높였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의 수필은 자연의 생명력을 불교의 연기와 자비를 바탕으로 생태 문학의 활로를 개척했다고 보는데 이는 현대 수필이 도전하고자 하는 다양성의 한 축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사람이나 사물은 끝없이 형성되고 변모하듯이 작가가 사물을 보는 각도도 달리함으로써 전혀 다른 세계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선입견에서 벗어나 맑고 열린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면 보다 높은 사상적 가치를 발견해 낼 수 있듯이 수필가도 맑고 열린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지혜와 혜안을 기름으로써 보다 격조 높고 개성 있는 수필을 창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꾸준한 독서와 글쓴이를 통해 현란하지 않고 정제되고 논리적인 수사력을 길러야 하며, 다양한 서술 방법론의 시도를 통해 대중의 친숙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끝없는 탐구이고 시도이며 실험이다.”라는 법정의 말처럼, 수필도 일반론적인 규격에서 탈피하여 끝없는 탐구와 시도와 실험을 거쳐 황량한 현대인의 마음을 보듬는 도구의 문학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자연의 리듬은 멈추거나 끝나는 일이 절대로 없고 자아 정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존재하듯이, 수필가도 허세나 과시가 없이 진실하고 치열하게 창작에 몰두해야 하며, 수필 또한 정보화의 무한 경쟁 시대에 중요한 문학 장르로 자연스럽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 황수남, ‘법정 수필에서 본 수필이란 무엇인가’, “수필 시대” 45권(수필시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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