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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수능완성 문학작품 해설-고전소설-김원전-작자 미상_분석

2024수능특강문학사전

by 국어벅스 2023. 7. 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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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소설 김원전(작자 미상) 지하국 퇴치 설화, 변신 설화, 탈각 설화, 용궁 설화, 연적 설화, 재생 설화 등 다양한 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흥미진진한 영웅 소설이다. 주인공의 타고난 운명이 불행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과정에 조력자가 나타나고 마침내 행복을 얻는 전형적인 영웅 소설의 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흥미 위주의 괴담(怪談) 소설로, 그 내용은 괴상한 모습으로 태어난 김원(金園)이 황제의 딸을 앗아간 괴물을 죽이고 공주를 구해낸다. 또, 용왕의 딸도 구해주고 용궁으로 가서 용녀와 혼인한다. 연적을 선물받고 돌아오다가 갖은 파란곡절을 겪은 끝에 부귀와 영화를 누린다. 뒤에 김원은 용녀와 같이 신선이 된다는 줄거리이다.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와 매우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우리 나라의 전래 설화로부터 파생된 파생된 작품이 아닌가 추론되기도 한다. 천상적 존재가 적강한 것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 주인공이 비인 간의 형태로 태어나 고통을 감내하고 능력을 발휘하여 인간의 모습을 찾는 서사 전개를 보인다는 점에서 <금방울전>과의 유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주제] 지하국 아귀를 퇴치하고 공주를 구한 김원의 활약상, 고난을 극복하는 김원의 비범한 능력

 

2024수능완성-김원전-작품해설

 

 

 

고전소설 <김원전[金園傳]>핵심정리

• 연대: 조선시대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 갈래: 고전소설, 영웅소설, 적강소설, 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소설(傳奇小說)

• 성격: 전기적(傳奇的), 비현실적

• 관련 설화: 지하국 대적(괴물) 퇴치 설화, 이물 탄생 설화, 용궁 설화를 근원으로 하고 있다.

• 주제: 공주를 구출하는 과정을 통한 김원의 영웅적 활약

• 서술상 특징

-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 이원적 구성(천상계, 지상계), 적강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 전기적 요소가 나타나 있다.

- 변신 모티프를 활용하고 있다. 

- 전형적인 영웅적 일대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

-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 탈각(脫殼) 설화, 용궁 설화, 연적 설화, 재생 설화 등 다양한 설화를 근원으로 하고 있다.

- 김원이라는 뛰어난 인물과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이야기, 극적인 전개 등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인물의 비정상적인 외양을 나타내고 있다. (‘수박 같은 것이 구멍이 있거늘’)

- 서술자가 인물의 이름이 지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시 살펴본즉 수박 같은 것이 구멍이 있거늘, 먹을 것을 넣으니 받아먹고 점점 자라매 날이 못하여 크기가 동아만 하였는지라. 그것이 이름이 없으매 모양이 둥근 고로 이름을 ‘원’이라 하다.’)

-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원수 이에 홍갑선을 들고 문 앞에 나아가 한 번 부치니 문 지키는 요괴들이 다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거늘’)

- 인물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나타내어 긴박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원수 바로 대청으로 치달으니 구두 아귀 평상 위에 누웠거늘, 홍갑선을 들어 한 번 부치니 아귀 몸을 움직여 일어나다 가도로 쓰러지는지라.’)

- 서술자가 인물의 심리를 직접 제시하고 있다.( ‘오직 김승상 부부 원을 생각하고 화기 돈연한지라’, ‘승상과 부인이 부중에 돌아오니 가중이 적용하여 심사 새로이 비창 한지라.’ 등)

• 구조(시상 전개)

-발단: 둥근 모양으로 태어난 김원

-전개: 천상계 선관의 도움으로 허물을 벗게 된 김원

-위기: 아귀로부터 세 공주를 구하고 자신은 지하국에 떨어지게 된 김원

-절정: 용왕의 아들을 구해 주고 자신은 죽음을 맞게 된 김원

-결말: 다시 살아난 김원이 용녀와 공주를 모두 배필로 받아들여 함께 살게 됨.

 적강구조(적강 소설)

- 천상에서 남두성이란 별이 옥황상제에게 죄를 지어, 그 벌로 지상으로 적강함.

- 처음에는 수박 형상 

- 10년 뒤 허물을 벗고 변신함 

- 도원수가 됨 

- 김원이 아귀를 처치하고 공주를 구함 

- 부원수의 시샘으로 굴에 갇힘 

- 용왕의 아들을 구하고 용왕의 딸과 결혼한 뒤 인간 세계로 나옴 

- 연적을 빼앗기고 죽음을 당함 

- 천자와 용녀의 도움으로 부활함 

- 부마가 되어 행복하게 잘 살다가 신선이 됨

 

 

작자 미상 「김원전」 이해와 감상

 다양한 설화가 집대성되어 완성된 전기 소설이다. 괴상한 모습으로 태어난 김원이 황제의 명을 받아 요괴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출하고 용왕의 사위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용녀와 함께 신선이 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이 소설은, 이물 탄생 설화,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 용궁 설화를 근원으로 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이본(異本)이 약 20여 종임을 볼 때, 당대 독자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었던 소설임을 알 수 있다.

 「김원전」의 이본은 경판본, 세책본, 활판본으로 약 20여 종이 있다. 세책본에서는 경판본과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경판본과 달리 김원을 천상에서 죄를 짓고 적강한 남두성으로 설정하지 않았으며, 김원이 지하 괴물을 퇴치하는 장면에서 변신술이나 공주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괴물을 퇴치하도록 설정하여 김원의 영웅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활판본은 세책본을 저본으로 하여 세책본에 없는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첨가하였다. 가령, 세책본에서는 김원이 둥근 모양으로 태어났을 때, 김원의 부모가 월정각에 김원을 두는 것으로 간략하게 처리하지만 활판본에서는 세책본에서 볼 수 없었던 시비 옥향이 등장해 김원을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장면이 나타난다.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금령전’과 상관 관계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에서는 ‘지하국’이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지하국’이라는 공간은 근본적으로 인간 세계와는 분리되어 있지만 완전히 인간 세계와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인데, 김원은 이곳에서 아귀를 퇴치하고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지하국은 영웅이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 의례적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웅 소설 「김원전」은 설화 「지하국 대적 퇴치」의 내용을 계승하여 창작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김원전」은 「지하국 대적 퇴치」에서 활용된 모티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독자의 흥미를 고려하여 내용을 확장하고 다양한 장치를 추가하여 좀 더 풍부한 서사 전개를 드러내며 주인공의 비범성, 영웅성을 부각하였다. 

 

 

적강화소, 적강소설의 개념

주인공이 천상에서 죄를 지어 지상으로 내려와 살다가 다시 천상으로 돌아가는 화소를 적강 화소(謫降話素)라 한다. 이 화소를 수용한 「김원전」에서 공간은 천상계와 지상계로 나뉘고, 천상계와 지상계는 주인공 김원의 공간 이동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소통한다. 「김원전」 에서 공간의 이동에 따른 주인공의 변화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김원전 적강화소 그림-천상계와 지상계

 

작자 미상, 「김원전」 줄거리 전체 내용

 천상에서 남두성이란 별이 옥황상제에게 죄를 지어, 그 벌로 지상으로 적강된다. 천상으로부터 적강된 남부성은 김규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는데, 그 생김새가 수박과 같은 형상이었기에 부부는 근심 걱정에 쌓이게 된다. 그러나 원은 10년 동안 고난을 겪은 후 보를 씌운 것이 벗겨지면서, 미남자로 변신한다. 원은 천서(天書) 세 권을 읽고 지혜와 총명을 얻었고, 또한 신통술을 부리기까지 하였으므로 신인의 경지에 이르렀었다. 

  원이 재주를 시험하기 위해 창검궁시를 가지고 천마산에서 무술 연습을 익히고 있을 때 머리가 아홉이고 몸집이 집채만한 괴물이 미인 셋(공주 셋)을 등에 업고 가는 것을 보고 쫓아가 싸웠지만 세 여인을 구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기만 하였다. 괴물은 원을 잡아 죽이겠다는 말을 하고 지하로 들어가 버리자 원도 그 입구를 봐두고 돌아왔다.

  조정에서는 대낮에 황제의 세 공주가 괴물에게 납치된 사실을 알고서는 이들을 구할 사람을 물색하던 중에 원이 원수가 되어 출정하였다. 원은 부원수 강문추를 데리고 괴물이 사라진 천마산 동굴로 들어가 세 공주를 구하고 지상으로 올려 보내고 원이 굴 밖으로 나려려 하였으나 원의 공을 시기한 부원수 강문추가 칡덩굴을 내려 보내지 않고, 그 굴을 막아 버려 동굴 속에 갇혀 버리게 된다. 

  원은 탈출하기 위해 굴속을 헤매며 지나다가 괴물에게 잡힌 용자(龍子)를 구해주게 되어 용왕의 환대를 받고 용녀(용왕의 딸)와 결혼하여 부마가 되고 다시 인간세계로 나오게 된다.

 이때 용왕은 요술램프 같은 연적을 하나 준다. 원은 귀향도중 가게 주인에 용왕이 준 연적을 빼앗기며 죽고 만다. 같이 있던 용녀마저 욕보이려 하였으나 용녀는 고양이로 변신하여 김원의 집에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셋째 공주의 방으로 들어가고, 공주는 고양이가 금빛을 띄며 모양이 기이하여 사랑하며 기르게 된다. 한편 연적을 훔친 가게 주인은 연적 덕에 천만 가지 즐거움을 즐기다가 청명절 조상의 묘에 제사지내는 데 그때 고양이가 연적을 물어다 공주 앞에 놓는다. 연적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음을 안 공주는 궁궐로 들어가 아버지(천자)에게 보이고, 천자는 신하들의 의견에 따라 방을 붙여서 연적의 주인을 찾는다.

 이때 가게 주인이 연적의 주인 행세를 하며 입궁한다. 이때 갑자기 연적 속에서 용녀가 나타나 그간 사정을 이야기 하고, 김원은 아직 수명이 멀었다고 하며 김원의 시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준다. 또한 시체를 찾아 금강초와 구류선의 병에 든 물로 김원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하여 천자가 용녀의 말대로 한다. 죽었던 김원은 살아나고, 공주와 결혼하여 부마가 되어 용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나중에 용녀와 함께 신선이 되었다.

 

 

 

[전체 줄거리 내용 요약]

- 천상에서 죄를 지은 김원은 그 벌로 김규와 유씨 사이에 둥근 원으로 태어난다.

- 원의 모습으로 자라다가 껍질을 벗고 장부로 변신한 김원은 아귀가 황제의 세 공주를 납치하자 도원수가 되어 공주를 구출하게 된다.

- 지하 동굴로 내려간 김원은 아귀를 죽이는 데 성공하나 부하들은 김원의 공을 가로채기 위해 굴 입구를 막아 버린다.

- 굴속을 헤매던 김원은 용왕의 아들을 구하고 이를 계기로 용궁으로 가서 용왕의 딸과 결혼한다.

- 용왕의 딸과 고국으로 오던 김원은 점주의 간계에 빠져 살해당하나 갱생약을 먹고 다시 살아난다.

- 그 후 김원은 공주와 결혼하여 두 명의 부인(공주와 용왕의 딸)과 더불어 부귀공명을 누리다가 승천한다.

 김원은 김수와 그 부인 유씨 사이에서 둥근 모양으로 태어나 10년 만에 허물을 벗고 미남자가 된다. 그 후 김원은 병마대원수 도총독을 제수받고 괴물에게 납치된 세 공주를 구하기 위하여 지하국으로 내려가서 괴물을 소탕하고 세 공주와 부녀자들을 구해 주지만 김원의 공을 시기한 부원수가 줄을 끊고 구멍을 메워 버린다. 황제는 김원을 찾기 위해 수색대를 보내지만 찾지 못하고, 셋째 공주는 김원의 집으로 가 그의 부모를 모시고 산다. 한편 김원은 굴속을 헤매다가 용왕의 아들을 구해 주고 용궁에서 용녀와 결혼한다. 몇년 후 김원은 용왕으로부터 연적을 선물로 받아 인간 세계로 나온다. 그러나 김원은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연적을 노린 주점 주인에게 피살된다. 이때 용녀는 고양이로 변해 연적을 물고 달아나 셋째 공주에게 연적을 전해 준다. 이후 선녀가 나타나 주점 주인이 김원을 죽인 사정을 고하고, 황제는 주점 주인을 참수하고 선녀의 지시대로 김원을 환생시킨다. 황제는 김원을 부마로 삼아 좌승상 겸 동백후 부마도 위에 봉하고, 용녀를 정숙공주에 봉한다. 그 후 김원과 공주와 용녀는 함께 즐거움을 누리다 함께 백일승천(白日昇天)한다.

 

설화 「지하국 대적 퇴치」 관련 내용

 다음은 「지하국 대적 퇴치」의 내용과 관련된 「김원전」의 줄거리 일부이다.

천상의 남두성이었다가 옥황상제에게 죄를 얻은 김원은 좌승상 김규와 유씨 부인 사이에서 원(圓)으로 태어나고, 10년 만에 허물을 벗는다.  철마산에서 무예를 수련하던 김원은 아홉 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 아귀를 만나서 싸우게 되나 아귀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세 공주가 아귀에게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김원은 공주들을 구할 것을 자청하고, 황제는 김원을 대명(大明) 병 도 총독으로 임명하여 5만 군사를 내어 준다. 김원은 혼자 칡 둥우리를 타고 아귀가 사는 지하국으로 내려간다. 며칠 만에 아귀의 궁전 앞에 도착한 김원은 공주를 만나게 되고, 주먹만 한 수박으로 변신해 공주의 도움을 받아 아귀가 자는 곳에 이르게 된다. 김원은 아귀를 물리칠 계교를 공주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공주들은 그 계교에 따라 아귀에게 술을 먹여 아귀가 술에 취해 잠들게 만든다. 이때 김원은 아귀가 쓰던 비수로 아귀의 아홉 머리를 치고, 공주들은 준비해 둔 재를 머리가 떨어진 곳에 뿌려 아귀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상호텍스트성 작품 1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

 이 작품은 신이담에 속하는 설화로, 인간과 비인간의 대결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설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거의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대체로 ‘공주의 피랍 → 무사의 자원 → 조력자의 도움 → 아귀의 퇴치 → 부하들의 배신 → 위기 극복’의 구조로 나타난다. 「김원전」, 「금령전」, 「최치원전」 등과 같은 고전 소설에서도 이 설화의 내용을 활용하고 있으며, 신비하고도 기이한 이야기라고 일컬어지는 만큼 환상성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상호텍스트성 작품 2 작자 미상, 「금방울전」

 이 작품은 남주인공 해룡과 여주인공 금령이 온갖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혼인을 함으로써 전생의 인연을 되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금령의 적극적인 활동과 남녀 간의 애정 성취는 당시 여성 독자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부귀 획득과 신분 상승은 권력에서 소외된 피지배 계층 독자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며, 주인공의 고난과 시련은 이런 독자들의 고통받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김원전」의 김원도 해룡과 같이 요괴를 죽이고 공주를 구출한다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두 작품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

[주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혼사에 성공하는 금방울(금령)의 삶

[전체 줄거리] 이 작품의 남녀 주인공인 해룡과 금령은 원래 동해 용왕의 아들과 남해 용왕의 딸이었다. 용자와 용녀는 혼인을 하고 신행길에 나섰다가 요괴의 공격을 받아 용녀는 죽고 용자는 장원 부인의 몸속으로 몸을 피한다. 그 후 용자는 장원의 아들 해룡으로, 용녀는 과부 막 씨에게서 금방울로 태어난다. 금방울은 신출귀몰하는 재주로 어머니를 도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다. 금방울은 장원의 부인이 병을 얻었을 때 부인의 생명을 구해 준 일이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장원 부부와 막 씨는 형제의 연을 맺는다. 그 후 금방울은 두 집안을 오가며 총애를 받는다. 한편 해룡은 세 살 때 피란을 가다가 부모를 잃는 등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그때마다 금방울의 도움을 받아 살아난다. 또한 지하국에 사는 요괴에게 납치된 금선 공주를 구할 때에도 금방울이 도움을 주어 마침내 해룡은 금선 공주와 혼인하여 황제의 사위가 된다. 그 후 금방울은 액운이 다해 허물을 벗고 절세미인이 되고, 황제는 금방울을 양녀로 삼아 금령 공주라 칭하고 해룡과 혼인시킨다. 해룡은 두 부인을 거느리고 부귀공명을 누리다가 금선 공주가 죽은 후에 금방울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

 

「김원전」의 전기성, 원형, 변신 모티프

 <김원전>의 원형은 국조신화와 주몽사상의 광명사상이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웅녀가 단군을 낳기 전에 빛없는 동굴 속에 있었다는 것은 모태회귀로 돌아온 것에 비유된다. <김원전>은 국조신화의 동굴모티프와 지하국대적제치설화의 변신계형 모티프가 수용된 것이다. 원은 타고난 운명이 불행했으나 불행을 행복으로 역전시키는 노력과 선행을 한데서 구원자가 나타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김원전>의 원형은 국조신화와 주몽신화를 수용했음을 알 수 있다. <김원전>의 궁극의 목표는 고난 많은 이승을 광명의 삶으로 다스리고 등선하는 데에 있는데, 국조신화에서 곰이 통과의례를 겪은 후 웅녀로 변시하여 단군을 낳아 홍익인간 사상으로 지상을 다스리다가 다시 산신으로 되는 과정과 같은 맥락을 이룬다고 보여진다. 또한 원이 천상득죄를 하여 그 대가로 고난을 받지만 죄절하지 않고 극복하는 자세로 생활하면서 그 죄를 속죄하여 광명생활을 맞이하고, 죽어서 신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국조신화의 수용인 것이다. 

  대개 적강소설에서는 지상에 태어나 죄를 씻은후에 천상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민담 가운데 가장 규모있게 짜여진 것이 '지하국대적퇴치설화'라 한다면 이것을 소설화 한 것이 바로 <김원전>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원의 시련을 정리하면 '허물→사람→동굴→용자구출→연적→원 피살→재생'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국조신화와 주몽신화의 영웅 일대기적 구조와 비슷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국조신화에서 곰은 웅녀로 변신하기까지 금기일광이라는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웅녀로서의 사명을 이루게 된 것이다. 곰이 동굴에 들어가 웅녀가 된 후 그곳을 나왔다는 것은 제생제의로 이어진다. 주몽이 알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난을 겪지만, 그것을 극복하였기 때문에 고구려를 세우게 된 것이다.

 <김원전>의 원도 수박으로 태어나 성장과정에서 영웅 일대기 구조와 유사한 고난을 극복하였기에 공주와 결혼을 하고 형주후로 봉해져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등선하게 된 것이다. 원은 난생이므로 주몽신화의 영향을 받았음이 드러난다.두 인물 모두 정상적 경로의 탄생이 아닌 만큼 성장 과정에 있어서의 좌절 또한 컸다. 죽음은 곧 재생이라는 모티프를 보이는데, 이 재생과정의 천상에서는 남두성이였으므로 지상에서 죄를 말끔이 씻기 위해 고난을 극복하고 천상계로 복귀한 것이다.

 

<변신 모티프 설화> 개념

  변신 설화는 사람이나 동물이 어떤 이유로 형태가 급격하게 변하여 본래의 모습을 상실하는 이야기다. 

그 결과 본래의 모습에서는 전혀 예상하기 힘들었던 모습이 되거나 현실세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불가능한 형태가 나타나며 이러한 요소가 듣는 사람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변신과정에 지나치게 비현실적 요소가 개입하고 그결과가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허황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경우인 〈삼자원종기 三子願從記〉의 부자(富者)는 탐욕 때문에 형벌을 받아 영원히 뱀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형벌에 의해 초래된 변신은 설화에서 가장 흔한 경우이다. 신이나 마녀 등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금기를 어긴 인물을 혐오스러운 형태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김원전 金圓傳〉과 〈금령전 金鈴傳〉의 주인공들은 모두 공이나 방울의 모습으로 태어났다가 아름다운 미남 미녀로 변신하며, 〈금우태자전 金牛太子傳〉의 금우태자는 갓난아기 때 암소의 뱃속으로 들어가 금송아지로 변신한다. 금송아지는 고난에 처한 어머니를 도와준 뒤 미남자로 변신한다. 이것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신한 경우로서, 변신된 형태는 각 인물이 처한 부정적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군신화〉의 웅녀는 지극한 정성을 기울인 끝에 사람의 몸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상은 어떤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몸 전체가 변신한 경우이다. 긍정적이란 기준은 인간의 입장에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 변신이 몇 단계이든 간에 결국 인간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주몽신화〉의 유화나 〈박혁거세신화〉의 알영은 비정상적으로 긴 입술이 떨어져나감으로써 정상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경우는 스스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에 의지하여 변신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에 비해 〈전우치전〉의 전우치는 비범한 도술로써 스스로 변신하고 남도 변신시켜 사회의 불의와 개인의 부도덕을 응징한다. 이는 설화가 소설화되는 과정에서 변신 모티프가 윤리의식이나 주제의식의 발현을 위해 응용된 경우이다.

〈해모수신화〉의 해모수와 하백, 〈김수로신화〉의 김수로와 석탈해 등은 자기 능력을 과시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키거나 쫓아내기 위하여 스스로 변신을 한다. 이것만을 지칭할 때는 '변신경쟁담'이라 부른다. 상대가 어떤 형태를 드러내면 곧이어 그보다 우위에 있는 형태를 드러내야만 경쟁에서 이기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변신이 이어진다.

  

 

「김원전」  작자 및 창작시기

 작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평민층일 것으로 보인다.  <금령전>의 창작 연대를 조동일은 난생(卵生)의 화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홍길동전>보다 고형(古形)을 보여 주고 있고, 주인공이 신화적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점에서는 <홍길동전>과 동렬에 설 수 있으나 지상계와 천상계의 이원성이 설정되어 있는 점에서는 <홍길동전> 이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 그는 <홍길동전>에서 유지되고 있는 자아와 신화적 능력이 후대 영웅소설에 이르러서는 차츰 청산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후대 영웅소설과의 선후 관계를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금령전>이 자아와 신화적 능력을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고 작자가 평민층일 것이라는 점을 들어, 영웅소설을 3기로 나눌 때 이 작품은 제1기에 속한다고 했으며, 이 제1기는 <홍길동전> 이후의 영웅소설이 여러 형태로 모색되던 모색기라 할 수 있고, 연대는 대개 17세기 중기에서 말기쯤으로 보았다. 

 

 

<김원전>의 인간 세계와는 다른 지하 세계의 특징들을 나타내는 요소

 김원은 공주를 구하기 위해 구멍으로 들어간다. 구멍이란 지상과 지하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이다. 구멍은 어둡고 습하다. 김원이 처음 지하 세계에서 만나는 것은 어두움과 축축한 분위기이다. 김원이 또한 만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이다. 즉, 지하는 동굴과도 같은 통로로 되어 있다. 김원은 끝없이 더욱더 지독한 어두움을 향해 내려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는 이 과정에서 지하 세계의 적대자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얻는다.  물론 김원은 지상에서 천하 무적 영웅이지만 지하에서는 새로운 싸움의 방식을 터득해야만 한다. 지하는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돌과 풀과 곤충과 짐승들뿐이다. 문명이 없는 세계에서의 삶은 오직 스스로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인공 김원의 영웅성

 <김원전>의 특징은 김원이 지하 세계에서 별다른 영웅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머리가 아홉달린 괴물을 죽이는 과정에서는 단지 여자들에게 명령만을 내릴 뿐이다. 만약 여자들이 진작부터 꾀를 내었다면 김원이 오지 않더라도 괴물을 죽일 수도 있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여자들이 괴물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김원이 그녀들의 뒤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김원의 존재로부터 힘을 얻어 괴물을 죽일 수 있었다. 김원이 오기전에 그녀들은 괴물을 죽일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김원의 능력은 지하 세계에서 지상 세계로 나갈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은 없다. 즉 김원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환경을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지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괴물을 죽이고 다시 지상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김원은 정의로움을 신봉하며 범인과는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김원전」  전기 소설적 요소와 특징

 전기 소설은 비인간적이며 괴기하고도 몽환적인 내용과 신선의 세계, 천상의 세계, 용궁 세계 등을 그린다. <김원전>, <금령전> 등의 소설은 전기 소설적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 전기 소설은 서사적 전개 뿐만 아니라 그 문체에 있어서도 주목받는데 창작자는 소설 내용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전개 시켜 나가는 여러 가지 특징적인 문체를 다듬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전기 소설은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그 영향력이 약해졌고 단지 다른 고전 소설에 한 모티프나 요소로만 자리잡고 있다. <김원전>에는 지하와 바다 밑이라는 신비로운 장소가 설정된다. 그 공간은 근본적으로 인간 세계와는 분리되어 있지만 또한 완전히 인간 세계와 고립적인 공간이 아니라 언제든지 서로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김원은 배필을 지하 세계와 용귱에서 만나게 된다. 그에게 이 공간들은 배후자를 찾는 공간이면서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2024 수능완성  「김원전」  교재 내용 <보기> 

<보기>

 고전 소설에서 변신을 하는 주체는 자아의 속성을 다른 대상에게 노출시키는 경우도 있고, 도리어 자아의 속성을 다른 대상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변신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정체를 숨기는 과정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타자의 결정에 따라 변신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기>

선생님: ‘기존 세계’에 있던 김원은 지하국이라는 ‘다른 세계’에 진입하여 공주를 만납니다. 이처럼 ‘기존 세계’의 존재가 이물(異物)에 의해 강제로 ‘다른 세계’로 끌려가거나, 주인공이 이물에게 붙잡힌 대상을 구출하기 위해 힘든 관문(關門)을 뚫고 여러 과업을 수행하고 돌아오는 구조의 서사는 설화에서 소설에 이르기까지 흔히 나타납니다. 아래 설화를 읽고 윗글과 비교하여 감상해 볼까요?

  옛적에는 순창 읍내가 남원군 채계산 밑 적성강가에 가까이 있었다는데 그때 순창의 원님이 내려오면 그날 밤 채계산 금돼지가 내려와서 원님 마누라를 업어 가고 업어 가고 하더랴. 그래서 순창골 원으로 온 사람은 모두 마누라를 빼앗겼지. 그런데 어떤 원이 새로 내려와서 그 금돼지가 어디 사는가 알아보려고 원님 마누라 몸에다 명주실 꾸리를 한끝을 매어 놓고 한쪽은 방에다 두고 실이 풀려 나가게 해 놓았댜. 한밤중쯤 되니까 금돼지가 내려와서 원님 마누라를 업고 달아났단 말이지. 이쪽에서는 명주실 꾸리를 풀어 주었어. 그러고 나서 이튿날 아침에 원님은 사령들한테 총이랑 칼이랑 창이랑 군물을 들려 갖고 그 명주실 간 데를 졸졸 따라갔어. 그러니까 실은 채계산 위에 있는 굴속으로 들어가 있더라지 뭐야. 그래서 그리로 들어가 보려고 하는데 그 들어 다니는 문은 큰 독으로 딱 막아 놔서 들어갈 수가 없더랴.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해서 겨우 그 독을 치고 굴안으로 들어가 보니 금돼지는 어디 가고 없고 원님 마누라하고 다른 여자가 아홉이나 있더랴. 원님은 자기 마누라랑 여러 여자를 모두 다 구해서 나왔댜. 그 굴은 지금도 채계산에 있어. (후략)

- 임석재 채록, 「원님 마누라를 잡아가는 금돼지」

 

 

 

「김원전」  추가문제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이원론적 세계관은 초월적 세계인 천상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계와 함께 존재한다고 믿는 세계관이다. 이원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적강형 영웅 소설에서는 천상계와 지상계가 인과응보의 원리에 의해 연결되고, 천상계에서 지상계로 이동한 주인공의 운명도 초월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 「김원전」의 주인공도 적강형 영웅에 해당하는 주인공인데, 천상계에서 지은 죄로 인해 지상계로 추방되어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 채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으며 살게 된다. 그러다가 정해진 기한이 되면 천상계의 뜻을 전해 주는 매개자에 의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고 결국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죄에서 벗어나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런데 천상계도 지상계와 마찬가지로 유교적 질서가 구현된 세계로 그려질 뿐만 아니라, 천상계에 의해 부여된 주인공의 능력은 유교 이념의 내면화와 유교적 윤리 규범의 강화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이원론적 세계관은 조선의 건국 이념이었던 ㉠유교적 세계관의 확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차설, 이때 원의 나이가 열 살이었다. 원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되,

‘내가 무슨 죄악으로 십 세가 되도록 허물을 벗지 못하고, 어느 시절에 세상을 구경하리오?’

하고 차탄하기를 마지아니하였다. 이윽고 방문이 저절로 열리며 붉은 도포를 입은 선관(仙官)이 들어와 옥으로 만든 채찍으로 원을 세 번 치며 말하기를

“남두성아, 네 죄악이 다하였으매 옥황상제께서 나를 보내시어 네가 쓰고 있는 보자기를 벗기고 오라 하시매 내가 이곳에 와서 보자기를 벗기고 가노라. 이 보자기를 가져가고 싶으나 두고 가는 것은 너의 부모께서 이런 줄을 자세히 모를 것이니, 이 보자기를 두었다가 이 말씀을 아뢰어라. 육십 년 후면 자연 다시 만나리라. 할 말이 무궁하나 하늘의 뜻을 누설하지 못하나니 백 세가 되도록 무양(無恙)하라.”

하고 갑자기 간데없이 사라졌다. 원이 보자기를 벗고 보니 방 안에 아무것도 없고 다만 천서(天書) 세 권이 놓여 있었다. 책을 끌러 보니 마음이 넓어져서 청천(晴天)에 올라 사해를 굽어보는 듯, 소견이 저절로 열려 백만 가지 일에 모를 것이 없었다. 어찌 보자기 속에 있던 때와 같으리오? 마음 가득히 기뻐하며 생각하되,

‘내가 십 년 동안 흉악한 형상을 뵈었으니 세상에 둘도 없는 불효자도다. 무슨 행실로 부모의 은혜를 만분지일이나 값으리오?’

(중략)

이때 승상이 부인과 함께 집에 돌아오니 내실(內室)이 텅 비어 있었다. 가뜩이나 염려하던 차에 의혹이 가슴에 가득하여 집안 내외인을 다 찾으니, 비복 중에 한 사람이 먼저 와서 아뢰되,

“월영각에 난데없는 선동(仙童)이 노복 등을 부르시나 차마 혼자 가지 못하여 모두 보온즉, 방 안에 가득한 것은 없고 한 소년 선동이 앉아서 ‘아버님께서 집에 돌아와 계시냐.’ 물으시니, 그 연고를 알지 못하겠나이다.”

승상이 이 말을 듣고 의혹하여 그 비복을 데리고 월영각에 가 보니, 한 소년이 승상을 보고 섬돌 아래로 내려와 엎드려 가로되,

“소자는 십 년을 부모 걱정시키던 불초자 원이로소이다.”

승상이 우연히 그 형상을 보고 급히 부인을 청하여 좌정하고 소년을 불러 대청 위에 앉히고 묻기를,

“이 일이 하도 고이하니 사실을 자세히 이르라.”

하였다.

소년이 아뢰기를,

“오늘 묘시(卯時)에 붉은 도포를 입은 선관이 내려와 이르기를, ‘남두성이 옥황상제께 득죄하여 십 년 동안 허물을 쓰고 세상을 보지 못하게 하였는데, 죄악이 다 끝났다.’ 하고, 허물을 벗겨 방 안에 두고 이르기를, ‘이 허물을 가져갈 것이로되 네 부모께 뵈어 확실한 자취를 알게 하라.’ 하고 갔사오니, 소자가 보자기를 벗고 보온즉 허물이 곁에 놓여 있고 책 세 권이 놓였사오니, 십 년 불효를 어찌 다 아뢰리이까?”

승상이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허물이 방 안에 놓여 있고 천서 세 권이 분명히 놓였거늘, 마음에 크게 놀라고 기뻐하여 소년의 손을 잡고 마음 가득 기뻐하여 말하기를,

“네가 십 년 동안을 보자기 속에 들어 있었으니 무슨 알 만한 일이 있을 것이니, 자세히 일러서 우리의 의혹을 덜게 하라.”

원이 고개를 숙여 재배하고 말하기를,

“소자가 보자기 속에서 십 년 동안 고행하였사오나 아무런 줄을 몰랐사오니 황송함을 이길 수 없사옵니다.”

승상 부부가 그제야 원을 안고 등을 어루만지며 가로되,

“네가 어이하여 십 년 고생을 이다지도 하였느냐?”

하고 못내 기뻐하였다. 내외 상하(內外上下)며 이웃 사람과 친척 가운데 누가 아니 기뻐하지 않으리오.

세월이 물 흐르는 듯하여 원이 나이 십오 세가 되매 영민하고 영오하여 한 마디 말을 들으면 백 가지 일을 통하며, 시경과 서경과 백가서를 훤히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게다가 풍채가 남을 감동시키며 많은 대장부가 당할 수 없는 용기를 겸하였고, 활쏘기와 말 달리기와 창 쓰기를 좋아하며, 말씨가 효성스럽고 공손하고 검소하며, 천지의 조화를 알고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할 재주를 두었으니, 만고의 영웅이요 일세의 기남자였다. 승상이 처음에 걱정으로 지내던 일과 지금 영화를 생각하니 천만뜻밖이었다. 그러나 원이 너무 숙성함을 염려하여 매일 경계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늙어서야 너를 얻으매 장중보옥같이 여기나니 부디 몸을 조심하여 부모의 염려가 없게 하라.”

원이 꿇어 앉아 여쭈오되,

“남자 세상에 나매 어려서는 글을 배우고, 자라서는 무예를 익혀 태평한 시절에는 백성을 어질게 다스리고, 난세를 당하면 칼을 잡고 천리 용총마를 타고 천병 만마 중에 나아가 흉악한 도적을 소멸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건져 내고 임금의 위태함을 돕고 어지러운 천하를 평정하옵는 것이 장부의 쾌한 일이오니, 어찌 서책만 대하여 세월을 무심히 보내리이까?”

- 작자 미상, 「김원전」

 

1. 윗글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선관은 김원이 쓰고 있던 보자기를 가지고 천상계로 돌아갔다.

② 비복들은 월영각에 앉아 있는 선동의 정체를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③ 승상 부부는 김원이 보자기를 벗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지켜보았다.

④ 선관이 주고 간 천서는 김원이 자신의 과거 기억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⑤ 김원은 자신이 천상계의 존재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모님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2. (가)를 바탕으로 (나)를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선관’에 의해 천상계에서 있었던 일이 ‘김원’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을 천상계와 지상계의 매개자로 볼 수 있겠군.

② ‘선관’이 ‘육십 년 후면 자연 다시 만나리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 것에서, ‘김원’의 운명은 천상계가 정한 질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겠군.

③ ‘옥황상제의 명’에 의해 ‘김원’이 보를 벗고 ‘선동’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김원’이 죄에서 벗어나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겠군.

④ ‘선관’이 ‘너의 부모께서 이런 줄을 자세히 모를 것이니’라고 한 것에서, ‘김원’은 그동안 자신이 천상계의 존재라는 사실을 부모에게 숨긴 채 살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겠군.

⑤ ‘남두성’이 ‘옥황상제’에게 지은 죄의 대가로 ‘김원’이 십 년 동안이나 지상계에서 허물을 쓰고 살아야 했다는 점에서, 적강은 인과응보의 원리에 의한 추방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군.

 

3. ㉠을 중심으로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김원’이 서책만 보면서 세월을 보낸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한 것은, ㉠을 실현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자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겠군.

② ‘김원’이 태평한 시절과 난세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다르다고 한 것은, 현재 나라가 처한 상황이 ㉠을 실현하기 어려운 때임을 말하려 한 것이겠군.

③ ‘김원’이 시경과 서경과 백가서를 훤히 알게 되었다는 것은, 김원이 천상계의 도움으로 ㉠을 실현할 능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겠군.

④ ‘김원’이 보자기를 쓰고 살았던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자신이 불효자였다고 한 것은, ㉠을 바라보는 천상계와 지상계의 입장에 차이가 있음을 밝힌 것이겠군.

⑤ ‘김원’이 임금의 위태함을 도와 어지러운 천하를 평정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은, 천상계의 도움을 입어 ㉠을 지상계에서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겠군.

 

4. (나)를 읽은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집안의 비복들은 환골탈태(換骨奪胎)한 ‘김원’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겠군.

② ‘김원’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란 부모님에게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자세히 아뢰고 있군.

③ ‘김원’의 부모는 허물을 벗은 ‘원’이 또다시 화를 입게 될까 봐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군.

④ 마침내 허물을 벗고 사람의 모습을 갖게 된 ‘김원’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감격을 느꼈겠군.

⑤ ‘김원’은 자신의 죗값으로 인해 부모님께 효도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풍수지탄(風樹之嘆)을 느끼고 있군.

 

 

 

정답> ② ④ ③ ⑤

 

1. ②

 월영각에 앉아 있는 김원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으므로, 처음에는 비복들이 선동을 보고도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오답 풀이}

➊ 선관은 김원이 쓰고 있던 보자기를 그대로 두고 천상계로 돌아갔다.

➌ 승상 부부는 김원이 보자기를 벗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숙성함에 염려를 하였다.

➍ 김원은 선관이 주고 간 천서를 읽고 소견이 저절로 열려 백만 가지 일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으나, 이것을 통해 과거 기억을 회복하게 된 것은 아니다.

➎ 김원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궁금해하는 부모님께 자신이 천상계의 존재였다는 사실을 포함해 모든 일을 사실대로 아뢰었다.

 

2. ④

 김원의 부모가 그동안 김원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김원도 자신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에게 사실을 숨겨 왔다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 풀이}

➊ ‘선관’은 천상계에서 있었던 일을 ‘김원’에게 전달해 주어 천상계와 지상계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➋ ‘선관’이 ‘육십 년 후면 자연 다시 만나리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 것은, ‘김원’의 운명이 이미 천상계에 의해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➌ ‘옥황상제의 명’에 의해 ‘김원’이 보를 벗고 ‘선동’으로 다시 태어나게 됨으로써, ‘김원’은 천상에서 지은 죄에서 벗어나 지상의 영웅으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➎ ‘김원’이 십 년 동안이나 지상계에 적강하여 허물을 쓰고 살아야 했던 것은, 인과응보의 원리에 의해 ‘옥황상제’에게 지은 죄의 대가를 치른 것이다.

 

3. ③

‘김원’이 허물을 벗은 후 15세가 되어 시경과 서경과 백가서를 훤히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것들은 모두 유교적 이념과 가치를 담고 있는 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김원이 천상계의 도움으로 허물을 벗고 ㉠을 실현할 능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답 풀이}

➊ ‘김원’이 서책만 보면서 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은 맞지만 ㉠을 실현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도 아니며, 그러한 자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보이지도 않았다.

➋ ‘김원’이 태평한 시절과 난세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다르다고 한 것은 맞지만, 현재 나라의 상황이 ㉠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려 한 것은 아니다.

➍ ‘김원’이 보자기를 쓰고 살았던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자신이 불효자였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부모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밝힌 것일 뿐 ㉠을 바라보는 천상계와 지상계의 입장 차이를 밝히려 한 것은 아니다.

➎ ‘김원’이 임금의 위태함을 도와 어지러운 천하를 평정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은 맞지만, 천상계의 도움을 입어 ㉠을 지상계에서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아니다.

 

4. ⑤

 ‘풍수지탄’은 효도하고자 하나 이미 부모를 여의었기에 효행(孝行)을 다하지 못하는 자식의 슬픔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부모님이 살아 계신 김원이 풍수지탄을 느꼈다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 풀이}

➊ ‘환골탈태’는 사람의 모습이 전과 몰라보게 달라져 딴사람처럼 되었을 때 쓰는 말이다. 따라서 모습이 크게 달라진 김원의 경우에 해당되는 표현이다.

➋ ‘자초지종’은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으로 ‘김원’은 부모님에게 자신의 모습이 변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➌ ‘노심초사’는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움을 뜻하는 말로, ‘원’이 너무 숙성하여 오히려 화를 입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는 ‘김원’의 부모에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➍ ‘고진감래’는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옴을 뜻하는 말로, 마침내 허물을 벗고 사람의 모습을 갖게 된 ‘김원’에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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