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명품가사100선 한국가사문학관 발행
12. 규수상사곡閨秀相思曲
① 작품명 : 규수상사곡閨秀相思曲
② 작자명 : 미상
③ 출전 : 이용기李用基 편, 《악부樂府》(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④ 해제
이 작품의 작자는 알 수 없으며, 남성 화자가 짝사랑하는 여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규수상사곡〉이란 제목은 아마도 남성 화자가 규수(여성)를 짝사랑하는 노래라는 의미로 파악된다. 이 작품은 마음에 두었던 여인이 시집을 가버리자 그 절실한 그리움은 상사병相思病이 되어 이루지 못한 사랑을 탄식하는 내용이다.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기에 잊으려고 애를 써보지만 화자는 그럴수록 상대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져 죽음에 이를 정도로 병이 들었다고 하였다. 현실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화자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다시 이어보고자 애원하였다.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을 절실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⑤ 현대어 풀이 (*원문은 중세국어 표기 깨짐이 발생하여 생략하였습니다. pdf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립니다.)
<규수상사곡>
보면 알세라 알면 어려워라
모쪼록 보내는 것 다만 편지뿐이로다
다른 말씀 아니오라 이 내 진정 소회로다
하늘이 나를 낼 때 너로 하여금 배필이라
병 들어 누었으니 무슨 인사 있을까
인사 없이 쓰는 편지 차례와 위아래 있을까
애초에 약한 몸이 가슴 막혀 어려워라
잘 살피는 저 여자야 무심하기 끝이 없다
상사병으로 죽게 되니 그 아니 네 탓인가
누었은 들 잠이 오며 앉았은 들 님이 오랴
답답함이 더욱 심하여 잠 못 들어 원수로다
애매한 이 내 몸이 너로 하여금 병이 되니
혈맥血脈이 줄어가고 수족手足이 서늘하다
오를 숨만 남아 있고 내릴 숨은 전혀 없다
상사로 솟아난 병 누구로 하여금 고칠까
편작이 다시 살고 화타가 다시 태어난 들
골수骨髓에 잠긴 병을 고칠 길이 전혀 없다
환약丸藥도 헛것이며 탕약湯藥도 쓸 곳 없네
영지초靈芝草도 쓸 데 없고 만정단萬精丹도 효과 없다
가련한 이 낸 병에 백약百藥이 무효로다
애닯고 통분하다 내 왜 너를 믿었든가
스스로 생각하니 이 내 청춘 가련하다
남모르는 숨은 근심 네게 다 실어 두고
천금이나 되는 귀한 몸이 상사로 병이 되니
불쌍하다 나의 청춘 너로 하여금 죽겠구나
무심하게 알지 말고 아무쪼록 생각하여
근근전력 힘을 쓰오 각시님아 힘을 쓰오
힘쓰다가 아니 되면 그 무엇을 꺼리고 탓하랴
나 혼자 힘쓰는 것 태산이 오히려 가볍고
틈틈이 그리는 정 큰 바다가 얕으리라
귀신이 시기하고 하늘이 밉게 여겨
너와 나와 두 사람 가운데 단명短命하게 태어나서
차라리 죽었으면 잊히기나 하련마는
답답하고 서럽구나 이 내 사정 가련하다
암담하고 암담하다 세상사가 암담하다
밤낮으로 상사하는 내 마음을 헤어리고 헤아려서
못 보기는 뉘 탓이며 못 잊기는 무슨 일인가
불쌍하고 가련하다 이 내 청춘 가엽구나
네라 한 들 한나라 궁녀며 내라 한 들 귀공자랴
남의 일을 웃었더니 내게로 돌아왔네
연분으로 태어났으면 꺼리고 싫어함이 없이 태어나거나
못 보게 태어났으면 눈이나 멀었거나
사랑으로 태어났으면 이별 없이 태어나거나
춘하추동 사계절에 이런 영원한 이별 또 있는가
한 번 가고 아니 오니 긴 탄식이 때때로 난다
어떠한 매파 할미 두세 번 다니더니
그사이 어느 틈에 청혼 편지 왔단 말인가
신랑 온 지 보름 만에 웬 한 놈을 따라가네
이런 줄 전혀 몰라 한쪽 즐거움 그어 있고
나 혼자 마음으로 궁합지합宮合之合 골랐더니
어렴풋이 한 달 만에 뜬구름이 되었단 말인가
원수로다 원수로다 매파 할미 원수로다
믿고 믿고 믿었구나 너를 일생 믿었구나
소담하다 소담하다 네 거동이 소담하다
아무리 소담한들 뵈는 것이 무엇인가
아름다운 자태와 거동 지척咫尺에 있건마는
무슨 약수弱水 막혔기에 어찌 그리 못 보는가
헛 상사 미친 한이 나 혼자 깊었구나
심각한 이 내 수심 몇 만 가지 수심인가
가슴에 일어나는 불이 오장五臟을 다 태우니
월명사창 고요하고 적막하여 잠 못 들어 원수로다
보고싶네 보고싶네 님의 얼굴 보고싶네
인생이 태어날 때 이목구비耳目口鼻 같건마는
천만 사람 누구를 알리 다시 못 볼 님이로다
무심하다 저 여자야 가련하다 이 내 청춘
님 못 봐서 병이 되고 님 못 잊어 원수로다
겹겹으로 쌓인 이 내 시름 골수에 젖었으니
먹어도 맛을 못 느끼고 잠을 자도 편치 않네
답답한 이 내 생각 님 못 본 탓이로다
나는 홀로 병이 들어 다만 한숨뿐이로다
아무리 허사인들 무단이 잊을까
님 생각하고 지는 눈물 베개 아래 못이 되었구나
나 죽은 무덤 위에 네가 나를 찾아오며
너 죽은 무덤 위에 내가 너를 찾아가랴
네 한 몸 위하여서 모든 일이 뜻이 없네
이 내 몸 죽어지면 언제 다시 생각할까
일신一身이 천금의 보배니 그 아니 애석한가
열녀 정절 본받으면 천만 년을 살 것인가
님아 님아 각시님아 나의 목숨 살려 주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셰무십년이勢無十年利라
이 내 모습 돌아 보소 이 내 심정 가련하오
너로 하여금 든 병이니 한 번 사정 허락하여라
목석이 아니거든 인정조차 없을까
이런 일 생각하니 눈에 암암 귀에 쟁쟁
상사로 만나지 못 하든 몸이 황천객이 되리로다
자탄自嘆 자탄 이 내 자탄 가슴 답답 이 내 자탄
자탄 끝에 한숨 지고 한숨 끝에 성이 난다
생각하고 생각하니 슬프고 슬프도다
이리저리 생각하니 누구와 함께 바로잡으랴
절대가인絶代佳人 양귀비도 안록산을 보려 하고
길고 긴 그네 줄을 두 번 세 번 굴렀거든
각시님 무정하여 날 생각 잊었구나
유정有情하게 믿었더니 무정無情하고 야속하다
급급한 이 내 병이 사경死境을 범했으니
무심한 이 세월이 나날이 깊어 간다
각시님 힘을 써서 잠깐잠깐 생각하오
반가운 님의 소식 회답 보기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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