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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고1 모의고사 출제_세한도_목성균_작품해설-핵심정리-줄거리-내용-분석

국어모의고사사전

by 국어벅스 2023. 6. 15.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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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고1 모의고사 기출 현대수필- 「세한도(歲寒圖)」(목성균) 

 수필 세한도(목성균)는 인정이 없는 사공과 대치하며 뜻을 굽히지 않던 유년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하여 감각적, 회화적으로 그리고 있는 현대 수필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어린 아들을 데리고 집안 어른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수필로, 엄동설한의 추위에 떨면서도 뱃사공에게 구차한 소리는 안 하겠다는 아버지와 강을 건네 달라고 자기 앞에 간청하기를 기다리는 사공 간의 대치를 통해 제목인 ‘세한도’처럼 소중한 자존심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글쓴이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일을 통해 아버지의 꼿꼿한 삶의 태도라는 내면적 가치를 추사의 세한도의 이미지와 연결하고 있다.

 

[주제] 어렵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굽힐 수 없는 자존심

 

2023년-6월-고1-세한도-목성균-작품-해설-정리-분석

 

 

 

<세한도> 목성균 핵심정리

갈래  현대수필, 경수필

작가 목성균 1995년 ≪수필문학≫에 <속리산기>로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왔다. 그 후, 불과 10년 남짓 창작활동에 매진했지만 한국수필의 전통과 맥을 잇는 미학성과 품격을 보여준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성격 회상적, 체험적, 사색적, 비판적

제재 세한도, 아버지와 사공의 대치로 인한 갈등

주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조를 지킨 아버지의 자존심

특징

① 아버지의 꼿꼿한 삶의 태도라는 내면적 가치를 세한도의 이미지에 빗대어 전달하고 있다.

② 사람보다는 도선의 효율성을 앞세우는 상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③ 인물간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대립적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아버지’는 지조를 강조하는 반면 ‘사공’은 도선의 효율성을 강조함.

④ 감각적 이미지, 색채 이미지를 사용하여 겨울 강가의 풍경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⑤ 글쓴이 ‘나’가 한국 전쟁 무렵의 겪었던 일을 회상하며 서술하고 있다.

구조

-1문단: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터에 서 있는 아버지와 ‘나’

-2~3문단: 해질녘 나루터의 황량한 모습

-4문단: 아버지의 완강함과 사공의 존재 가치 사이의 대치

-5문단: 저문 강변에서 세의를 지고 서 계시던 아버지

 

<세한도> 이해와 감상

새해를 맞이하여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작은 증조부 댁을 찾아 나선 길에 겪었던 경험을 회상하며 쓴 수필이다. 완고한 자존심을 가지고 계시던 아버지와 도선의 효율성을 중요시한 사공과의 사이에서 추워 떨며 기다렸던 과거의 회상을 통해 아버지의 지조 있는 모습을 관찰자의 시각에서 전달하고 있는 수필이다. 전통적인 모습의 제시와 세한도라는 제목을 통해 지조 있는 아버지의 모습과 연결하여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제목 세한도(歲寒圖)의 의미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의 그림을 가리킨다. 그림 속 매우 심한 한겨울의 추위를 그린 그림으로 꼿꼿하게 서 있는 송백(소나무와 잣나무)의 이미지가 강나루의 추위 속에서도 지조를 지키는 아버지와 모습과 연결된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완강하고 지조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 작품 속에는 다섯 개의 세한도 이미지가 숨어있다. 표면상으로는 작가가 15세 때 목격한 ‘아버지의 세한도’‘사공의 세한도’의 이미지가 대결한다. 내면적으로는 160여 년 전 귀양살이의 정치적 위기 속에서 자신의 선비정신과 실존의식을 형상화한 ‘추사의 세한도’와 ‘시대의 세한도’가 대결하는 가운데, 작가 자신이 종합적인 차원에서 변증법적으로 생성하는 ‘나의 세한도’ 이미지가 자리를 잡는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의 상호텍스트성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한겨울 풍경을 통해 선비의 지조를 드러낸 그림인데, 이는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글쓴이는 ‘엄동설한’에도 ‘꿋꿋한’ 태도를 유지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림 ‘세한도’에서 제시된 것과 유사한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목성균의 수필 <세한도>는 제목과 주제 면에서 추사의 <세한도>와 상관성을 지닌다. 그는 제목과 세한도의 이미지를 모방하여 아버지의 세한도를 등가적으로 오버랩시킨다. 이러한 상호텍스트성은 두 작품이 주제와 인물, 성격, 이미지 등의 차원에서 시간적 거리를 뛰어넘어 의미론적이며 형식적인 상호관계를 맺게 한다. 목성균은 추사의 명품 문인화(세한도)를 후경으로 삼고, 그 전경에는 강나루의 추위 속에서 꼿꼿이 서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클로즈업시킨다. 그 결과 목성균의 수필은 통시성을 획득하면서 16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세한도의 보편정신으로 의미화되고, 후경에 깔려있는 추사의 그림은 아버지의 성격과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추사 김정희 세한도 그림
추사 김정희 세한도

개인적 차원에서, 추사의 <세한도>는 귀양살이하는 스승을 위해 중국에서 귀한 책을 구해 보내준 제자 이상적의 올곧은 선비정신과 의리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혹한의 세파 속에서도 기상을 잃지 않는 선비의 격조 높은 지조를 이미지화한다. 유홍준이 추사의 <세한도>를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런 상징성 때문이다. 제목도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는 글에서 취한 것이니, 추사의 <세한도>도 이미 공자의 ≪논어≫와 상호텍스트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목성균은 다시 공자와 추사를 상호테스트성의 파트너로 삼고 있는 셈이다. 목성균이 추사의 세한도와 아버지의 세한도를 등가적 이미지로 연결시켜 놓았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그는 추사의 세한도 속의 청청한 송백(松柏) 이미지를 아버지의 객관적 상관물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상관물은 어떤 특별한 정서를 등가적 의미로 환기하도록 제시된 외부의 사실들이다. 따라서 추사의 송백 이미지는 강나루의 혹한 속에서도 양반의 자존심을 지키고 서 있는 아버지의 완강한 모습과 겹쳐진다.

 

 

 

아버지와 사공의 갈등, 대립관계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의 양반으로서의 자존심과 사공의 존재 가치로서의 자존심의 대립 관계가 드러난다. 이 대립구조는 전통적 윤리주의자인 아버지가 던진 단 한 마디의 도선요청 명령과 뱃사공의 고의적 무응답을 통해서도 나타나게 된다.

사공 vs 아버지
강 건너 따뜻한 집   추운 강나루
도선 지연   도선 부탁
도선 방침   치사 인식
현실적 이기주의   구시대의 전통윤리
사공의 존재 가치   양반의 자존심

 이 수필의 대립의 주체인 아버지와 뱃사공은 각기 ‘추운 강나루 vs 강 건너 따뜻한 집, 도선 부탁 vs 도선 지연, 치사 인식 vs 도선 방침, 구시대의 전통윤리 vs 현실적 이기주의, 양반의 자존심 vs 사공의 존재 가치’ 등의 심리적 대립관계에 놓여있다.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가 던진 “사공-, 강 건너 주시오.”라는 단 한 마디의 도선요청 명령 속에 양반의 자존심의 정체와 성격적 특성을 함축시켜 놓고, 뱃사공의 이기적 도선 방침과 심리적으로 대결하게 이끈다. 이 문장에 의해 구축된 이념적 대립구조가 이 작품을 상호텍스트적 울림이 큰 수작의 반열에 올려놓게 한다. 이 작품이 거둔 문장 미덕은 짧은 분량 속에서 작중인물의 인성과 갈등양상을 개성 있고 격조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장 효과는 역시 최소 언어로 최대 의미를 거둔 아버지의 함축적 담론(도강 요청)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자연배경 묘사, 그리고 두 인물의 갈등 원인에 대한 심리 분석적 추론 등이 유기적으로 생성해내는 힘이다.

 

아버지와 사공의 갈등 원인 분석, 사회적 배경

 목성균의 <세한도>가 보여주는 갈등 원인은 아버지의 유일한 언행인 “사공-, 강 건너 주시오.”라는 명령형 도선 요구에서 비롯된다. 이 한마디 언행을 강 건너에서 들은 사공은 도선 요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이 문장 속에 내포된 정서적 기능에 의해촉발된다. 아버지에게는 그 말을 하대(下待)체 존비법(尊卑法)으로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고, 사공의 도선 지연(遲延)은 그 말에 대한 부정적 정서의 화답(和答)이다. 작가의 고백처럼, ‘아버지는 얼어죽는 한이 있어도 상놈에게 구차한 소리는 하지 않는 법’이라는 양반의 자존심과 수치(羞恥) 심리가 작용했고, 사공에게는 하대와 명령으로 인한 불쾌감과 오기가 지연 전술을 펴게 한다. 문법적으로 “사공-, 강 건너 주시오.”라는 문장은 공손한 부탁이 아니다. 먼저 “사공-”이라는 반말체 호칭에 호격조사(-아)가 빠져있다. 이것은 “-해라체”를 쓸 손아래 사람에게만 붙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 건너 주시오.”라는 문장 또한 ‘하오체’ 명령문이어서 사공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십상이다.  아버지는 사공을 반말체로 불러놓고, 도선 요청문에 애매하게 존칭 선어말어미 ‘-시’를 넣었으나 전체적으로는 하대체 명령형을 쓴 것이다. 아버지는 그것도 치사로 여기고 두 번 다시 입을 열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아버지의 의식 속에 뱃사공은 상놈이라는 개념이 잠재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같은 상황에서 아버지가 “사공님, 강 건너 주십시오.”라고 ‘합쇼체’ 명령형을 쓰거나, “사공님, 강 건너 주시겠습니까?”라고 ‘합쇼체’ 청유형을 썼더라면, 사공은 도선 지연 전술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전쟁으로 윤리 개념이 약해져 있는 데다가, 도선의 효율성과 사공의 존재가치를 계산하고 있는 사공에게 양반과 상민을 가려서 하대하는 사람에게 선뜻 배를 띄울 리가 없다. 성격론의 관점에서도, 아버지는 완고한 유교적 전통윤리를 중시한 평면적 인물이고, 사공 역시 이기적 욕망을 굽히지 않는 평면적 인물이어서 서로 타협의 여지가 없다. 아버지는 구시대적 윤리의 계승자라면, 사공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현대인을 상징한다.

 

세한도 속 아버지의 모습

<세한도>의 핵심 제재는 아버지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사공과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버지의 언행이다. 따뜻한 방안에서 도선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계산하고 있는 뱃사공과 엄동설한 속에서 도선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대결은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이나 철학과 관계가 있다. 그들의 삶의 철학을 각자의 이념이라 명명한다면, 아버지와 사공의 갈등은 그들의 삶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념적 기(氣) 싸움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것을 프로이트의 용어로 말하면 에고(ego)와 슈퍼 에고(super ego) 간의 심리적 행동양식의 싸움이다. 아버지와 사공의 이념적 기 싸움은 당대가 양반과 상놈이라는 반상의식의 소멸 시기임을 암시한다. 그것은 달라진 현실세계에서 전통 윤리를 지키려는 아버지와 이기적 물질주의라는 새로운 윤리를 추종하는 사공 간의 싸움이다.

 

글쓴이의 체험과 주제의식

   이 작품의 행동의 주체는 아버지와 사공이지만, 그들의 행동을 의미와 주제로 수렴하는 자는 1인칭 관찰자인 ‘나’이다. 작가이자 서술자인‘나’는 두 인물의 행동에 대한 양비론적 인식을 통해서 바람직한 인간상인 자신의 세한도를 꿈꾼다. 사건의 발단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하대 명령에서 비롯되었고, 그에 대한 반발로서 사공의 도선 지연전술이 나왔다. 이런 인과적 상황 속에서 작가인 ‘나’는 두 사람의 갈등 심리와 행동양식을 분석적인 추론을 통하여 변증법적으로 바람직한 세한도의 이미지 찾기에 나선다. 

 모든 인간은 당대의 세파와 투쟁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가슴에 품고 살기 마련이다. 추사가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기상을 잃지 않는 송백의 이미지를 세한도로 보여주었다면, 작가의 아버지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윤리적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강직한 이미지를 견지한다. 아버지와 대립하는 사공은 세태의 흐름을 좇으면서 윤리적 가치보다는 이기적 물질욕구를 챙기는 세속적 인간상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작가가 떠올리는 바람직한 세한도의 모습은 무엇인가? 그것은 힘겨운 시대를 견뎌내면서도 “사람에 대한 옳은 처사”를 완강하게 실천해 온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저문 강변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양가감정 속에서 생성된다. 그것은 아버지의 세한도 정신만도, 사공의 정신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두 정신을 변증법적으로 지양시킨 인간적 도리를 지조 있게 지키면서도 거친 세파의 흐름에 슬기롭게 대처하며 살아가는 조화로운 인간상이다. 이러한 논리는 도선 재요청을 치사(恥事)로 여기고 타협을 거부한 완강한 아버지의 태도와 엄동설한에 도선의 효율성만을 따지는 사공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세한도 전문 

 휴전이 되던 해 음력 정월 초순께, 해가 설핏한 강 나루터에 아버지와 나는 서 있었다. 작은 증조부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강만 건너면 바로 작은댁인데, 배가 강 건너편에 있었다. 아버지가 입에 두 손을 나팔처럼 모아 대고 강 건너에다 소리를 지르셨다.

“사공—, 강 건너 주시오.”

 건너편 강 언덕 위에 뱃사공의 오두막집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노랗게 식은 햇살에 동그마니 드러난 외딴집, 지붕 위로 하얀 연기가 저녁 강바람에 산란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그 오두막집 삽짝 앞에 능수버들나무가 맨 몸뚱이로 비스듬히 서 있었다. 둥치에 비해서 가지가 부실한 것으로 보아 고목인 듯싶었다. 나루터의 세월이 느껴졌다.

 강심만 남기고 강은 얼어붙어 있었고, 해가 넘어가는 쪽 컴컴한 산기슭에는 적설이 쌓여서 하얗게 번쩍거렸다. 나루터의 마른 갈대는 ‘서걱서걱’ 아픈 소리를 내면서 언 몸을 회리바람에 부대끼고 있었다. 마침내 해는 서산으로 떨어지고 갈대는 더 아픈 소리를 신음처럼 질렀다.

 나룻배는 건너오지 않았다. 나는 뱃사공이 나오나 하고 추워서 발을 동동거리며 사공네 오두막집 삽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팔짱을 끼고 부동의 자세로 사공 집 삽짝 앞의 버드나무 둥치처럼 꿈쩍도 않으셨다. ‘사공—, 강 건너 주시오.’ 나는 아버지가 그 소리를 한 번 더 질러 주시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두 번 다시 그 소리를 지르지 않으셨다. 그걸 아버지는 치사(恥事)*로 여기신 것일까. 사공은 분명히 따뜻한 방 안에서 방문의 쪽유리를 통해서 건너편 나루터에 우리 부자가 하얗게 서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도선의 효율성과 사공의 존재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나루터에 선객이 더 모일 때를 기다렸기 쉽다. 그게 사공의 도선 방침일지는 모르지만 엄동설한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옳은 처사는 아니다. 이 점이 아버지는 못마땅하셨으리라. 힘겨운 시대를 견뎌 내신 아버지의 완강함과 사공의 존재가치 간의 이념적 대치였다.

 아버지는 주루막을 지고 계셨다. 주루막 안에는 정성 들여한지에 싼 육적(肉炙)과 술 항아리에 용수를 질러서 뜬, 제주(祭酒)로 쓸 술이 한  병 들어 있었다. 작은 증조부께 올릴 세의(歲儀)다. 엄동설한 저문 강변에 세의를 지고 꿋꿋하게 서 계시던 분의 모습이 보인다.

-목성균, 「세한도(歲寒圖)」-

*치사: 행동이나 말 따위가 쩨쩨하고 남부끄러움.

 

세한도 작품 배경, 창작동기

 이 작품의 소재 체험시간은 휴전이 되던 1953년 음력 정월 초순께로 밝혀져 있다. 그리고 공간은 충북 괴산군 달천강의 단월나루 상류인 괴강 배나무여울 나루이다. 휴전이 되던 해이므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기일 뿐만 아니라, 인심과 윤리도 흉흉해지기 시작한 사회적 상황을 창작배경으로 한다. 수필집이 발간된 2003년은 세기말의 혼란 상황이 세기 초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풍조와 전통적 가치가 충돌하는 이념적 혼란기이다. 작가는 그 역사적 전환기(시간성)에 사회적 혼란상(공간성)을 목격하면서 시대의 한 단면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한 창작동기가 작가에게 추사의 <세한도> 풍경을 50년 전 아버지와 함께 체험한 나루터 사건과 등가적 모티프로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엄동설한 속에서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뱃사공과 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작가의 현재적 실존 상황과 중첩시켜 놓고 변증법적 인식을 가하게 한다.

 

 

 

세한도의 서술자인 ‘나’의 특징, 효과

 <세한도> 속에도 두 명의 ‘나’가 등장한다. 소재 체험 당시의 15세의 ‘나’와 65세의 작가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수필 서사에서는 작가의 실제 체험을 소재로 하여, 그것에 대한 심오한 명상과 사색을 통해서 의미 있는 해석과 깨달음을 기도한다. 물리적 차원에서 보면, 수필의 초점화자와 서술자도 시간적 간극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두 기능자들은 불변적인 소재의 동일성을 끝까지 보존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그리고 수필의 서술자는 오히려 시간적 간극을 불변적 소재에 대한 해석과 깨달음을 탐구하는데 활용한다는 점에서 소설의 이야기와 차별성을 갖는다. <세한도>의 서술자인 ‘나’는 1인칭 관찰자의 거리에서 아버지와 사공의 외적 행동에 반영된 내면심리를 객관적으로 추론하고 연상한다. 세사람은 모두 인물시점을 활용하고 있으나, 작가인 ‘나’에게는 외부시점자로서 두 주체의 갈등을 객관적 거리에서 관찰하여 그 목격담을 증언하는 기능을 부여한다. 이때 서술자는 작가의 체험을 목격자의 증언형식으로 객관화하여 고백함으로써, 내면심리는 더욱 긴장감 있게 추론되고 작품의 사실성과 진실성의 순도를 고양시키는데 기여한다. 아버지의 완고한 가치관과 자존감, 행동양식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사실적으로 환기되는 데는 그런 서술구조의 힘이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그 미적 메커니즘이 50년의 시간적 간극 속에서 축적된 깨달음을 세한도의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서게 한다.

 

목성균 <세한도>의 줄거리와 내용

이 작품의 장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아버지와 나는 석양녘에 세배를 가기 위해 강나루에 서있음. ② 아버지가 강 건너 사공에게 도선(渡船)을 요청함. ③ 뱃사공의 오두막 집 앞에 늙은 버드나무가 서 있음. ④ 해가 지자 갈대는 회오리바람에 부대끼며 신음함. ⑤ 나룻배는 건너오지 않았음. ⑥ 아버지는 두 번 다시 도선 부탁을 하지 않음. ⑦ ‘나’는 두 사람의 대치 원인을 비판적으로 분석 추정함. ⑧ 엄동설한에 세의를 지고 서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보임. 

 장면 ①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는 시공간 제시와 함께 주인물의 행동이 서사기법으로 서술된다. 이는 도입부에서 가속(加速)의 서술기법을 통해 주인물의 행동목표(도강)를 알려줌으로써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시키고 작품에 대한 이입 욕구를 높여준다. 장면 ②는 아버지가 사공에게 건네는 “사공-, 강 건너 주시오.”라는 도강(渡江) 요청 장면이다. 서술자는 ‘대등한 지속’의 대화기법을 활용하여 아버지의 언행을 실제 행동과 유사한 속도로 서술함으로써 사실성과 현장감을 제공한다. 이 문장 속에는 발설되지 않은 아버지의 성격, 심리, 가치관, 윤리관 등이 함축되어 있다. 아버지의 이 언행은 하대(下待)체 명령형이어서 뱃사공과의 자존심 대결에 불을 붙인다. 장면 ③과 ④는 사건 현장의 자연배경 묘사이다. 여기서 묘사는 시간 착오의 감속(減速) 기법을 활용하여 사건이 발생하는 환경을 치밀하게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의 연상력을 증폭시킨다. 이 작품의 자연배경(엄동설한, 석양녘, 나루터)은 단순한 후경(後景)이 아니다. 그것은 단 한 번만 내지른 도강 요청을 더욱 간절하고 필연적인 행동으로 동기화한다. 그러므로 자연 배경은 나루터의 갈등상황을 심리적으로 부추기는 기능을 한다. 장면 ⑤는 사공의 도선 지연(“나룻배는 건너오지 않았다.”)으로 아버지와의 자존심 대결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그 과정을 관찰 서술한다. 이러한 사공의 반응은 아버지의 하대체 명령에 대한 인과적 반응이다. 장면 ⑥은 아버지가 부동의 자세로 서서 두 번 다시 도선 부탁을 하지 않는 대목이다. 이 또한 사공의 이기적 도선 지연에 대한 아버지의 윤리적 판단에 따른 인과적 대응방식으로서, 양반의 치사(恥事) 의식에서 나온 심리적 행동이다. 이러한 서술전략은 숨겨진 인물의 내면심리에 대한 독자의 연상 작용을 활성화한다. 장면 ⑦은 두 사람의 이념대결을 낳은 심리적 갈등요인에 대한 서술자의 분석적 설명이 더해지는 곳이다. 서술자는 이러한 주석적 설명을 통해서 아버지의 두 번째 도선 부탁 거절과 뱃사공의 도선 지연에 대한 인과적 추측을 비판의 어조로 진행한다. 서술자인 ‘나’는 두 사람의 갈등 원인을 양비론(兩非論)적으로 해석한다. 아버지는 두 번째 도선 요구를 양반의 치사(恥事)로 인식하여 거부하고, 뱃사공은 도선의 효율성과 사공의 존재가치를 높이려는 이기적 도선 방침에 의해 지연 전술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서술자는 이러한 이념적 대치상황을 감속(減速) 기법인 분석의 방식으로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연상 작용을 돕는다. 장면 ⑧은 서사적 행동묘사를 통해 아버지가 보여준 행동철학에 대한 작가의 존경과 연민의 정서를 여운 있게 들려준다. 이러한 서술전략은 엄동설한 저문 강변에 꿋꿋하게 서 계시던’ 완강한 아버지 양가적 모습을 통해서 변증법적으로 바람직한 세한도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

 

목성균 <세한도> 서술상 특징과 효과

 이 수필은 <장면① (서사: 배경-시공간 묘사, 갈등원인 암시, 행동관찰) + 장면 ② (서사: 외적행동-도선 부탁) + 장면 ③, ④ (묘사: 시공간 배경조건 악화) + 장면 ⑤ (서사: 사공의 도선 지연-갈등생성)+ 장면 ⑥ (서사: 아버지의 이념적 대응-도선 재부탁 거부 + ⑦ (설명-분석: 갈등원인 추측과 분석) + 장면 ⑧ (서사: 아버지 외부묘사, 행동관찰)에 의해 형상화된다. 이 작품은 스토리의 발생순서와 플롯의 배열방식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연결법을 사용하고 있다. ① ~ ⑥은 50년 전 사건의 전말이고, ⑦ ~ ⑧은 그에 대한 50년 후 작가의 해석과 평가부분이다. 두 번째로 대조법을 활용하여 인물의 성격과 주제를 두드러지게 형상화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공간적으로는 강나루의 이쪽과 저쪽, 상황적으로는 추운 곳과 따뜻한 방안, 인물 기능적으로는 수요자(아버지)와 공급자(뱃사공), 이념적으로는 윤리주의와 이기주의, 미 유형상으로는 격조미와 세속적 추미 등의 대립상을 형상화한다. 짧은 수필 속에 이처럼 다양한 함축적 의미를 내포시킨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높은 문학적 안목과 구조화 능력이 만들어 내는 힘이다. 세 번째로 언급해야 할 것은 이야기의 총체구조 속에서 발견되는 세한도의 다중적 이미지이다. 이 작품의 구조 속에는 다섯 편의 세한도가 숨어있다. 추사의 세한도와 아버지의 세한도, 사공의 세한도, 시대의 세한도, 나의 세한도 등이다. 나의 세한도는 사건 발생 50년의 시공 속에서 깨달음의 인식과정을 통해서 돌아온 바람직한 인간상이다. 네 번째는 인물의 구조화 방식이다. 그것은 아버지가 내뱉은 한 마디의 언술을 통해서, 그리고 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은 화자의 대화법을 통해서 인물의 성격과 개성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사공-, 강 건너 주시오.” 이 짤막한 명령형 도선요청의 담론 속에 아버지의 완고한 양반의식과 타협을 모르는 전통적 윤리주의자의 모습이 완벽하게 형상화된다. 한편, 사공 또한 아버지의 도선 명령을 묵살하고 도선을 지연시키는 침묵 행동을 통해서, 전쟁으로 피폐해진 타락한 윤리의식과 소시민의 이기적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한도에 대한 작가의 말

 새해를 맞이하여 어린 아들을 데리고 집안 어른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수필적으로 형상화해 본 것입니다. 이 글에서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아버지의 꿋꿋한 모습입니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존심을 이른 속담일 터이지요. 이 속담은 양반의 쓸데없는 자존심을 풍자한 속담일 수도 있지만, 양반의 자존심이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말도 된다고 봅니다. 얼어 죽는 한이 있어도 양반이 상놈(뱃사공)에게 구차한 소리는 안 하겠다는 아버지의 높은 자존심이 이 수필의 소재입니다.

  ‘사공 강 건너 주시오’ 그 소리를 한 번 지른 것은 신호지만 두 번 지르면 구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 아버지의 자존심과 한 번 더 ‘사공 강 건너 주시오’ 하고 자기 앞에 간청하기를 기다린 사공의 자존심 간의 대치-. 여기서 ‘사공 강 건너 주시오’ 를 두 번 다시 안 하고 버티신 아버지의 자존심은 내 나이만큼씩 자라왔습니다. 그 자존심이 세속적인 내 삶에 하등의 도움도 못된 건 사실이지만, 못 되다 뿐 아니라 지장을 초래했을 뿐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강성(强性) 자존심을 존경하고 내가 그 강성을 물려받은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 내 마음이 이 수필의 주제입니다.

  여기서 나의 기억에 생생한 것은 저문 강변에 아버지와 같이 서 있었는데 무척 추웠다는 것과 강 건너편에 있는 나룻배는 좀체 건너오지 않고, 강가 사공의 오두막집에서 하얗게 저녁연기가 피어올라서 강바람에 산란하게 흩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추위에 굴함 없이 팔짱을 끼고 부동의 자세로 서서 배가 건너오기를 기다리셨습니다. 풀을 세게 먹인 두루마기 자락이 펄럭펄럭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나부끼던 생각, 이것이 기억의 전부입니다. 그 외는 기억에 없는, 그럴 것이려니 하는 상상입니다.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나이 먹으면서 그때의 아버지 모습이 점점 선명하게 살아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더욱 간절하게 그 때 그 추운 강변에 서 계시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의 반골(叛骨) 남자를 소묘(素描)해서 세한도(歲寒圖)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후략)

- <수필에 대해>, 목성균(2016.03.23.)

 

 

 

<세한도> 문장의 의미, 풀이, 해설

휴전이 되던 해 음력 정월 초순께, 해가 설핏한 강 나루터에 아버지와 나는 서 있었다 : 시간적(1953년 음력 1월 초순), 공간적 배경(강 나루터), 주요 인물(아버지, ‘나’)을 제시하고 있다.  작은증조부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강만 건너면 바로 작은댁인데, 배가 강 건너편에 있었다: 글쓴이 ‘나’와 아버지가 처한 곤란한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사공—, 강 건너 주시오.”: 아버지의 말, 한 마디의 도선요청 명령 속에 양반의 자존심이 엿보인다. 이후 뱃사공의 이기적 도선 방침과 심리적으로 대결하도록 이끄는 말이 된다.

건너편 강 언덕 위에 뱃사공의 오두막집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노랗게 식은 햇살에 동그마니 드러난 외딴집, 지붕 위로 하얀 연기가 저녁 강바람에 산란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사공의 오두막집에 대한 감각적 묘사가 드러나 있다. 시각적, 촉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겨울의 추위를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 오두막집 삽짝 앞에 능수버들나무가 맨 몸뚱이로 비스듬히 서 있었다: 능수버들나무를 맨 몸뚱이로 의인화하여 오두막집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강심만 남기고 강은 얼어붙어 있었고, 해가 넘어가는 쪽 컴컴한 산기슭에는 적설이 쌓여서 하얗게 번쩍거렸다: 산기슭에 흰 눈이 쌓여 있는 모습, 하얗게 번쩍거렸다는 추운 겨울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나루터의 마른 갈대는 ‘서걱서걱’ 아픈 소리를 내면서 언 몸을 회리바람에 부대끼고 있었다: 마른 갈대에 대한 묘사가 드러나 있다, 음성상징어(서걱서걱)의 활용, 겨울의 추위를 청각적으로(아픈 소리) 형상화하고 있다. ‘언 몸’은 원관념인 마른 갈대를 의인화하여 빗댄 표현이다.

마침내 해는 서산으로 떨어지고 갈대는 더 아픈 소리를 신음처럼 질렀다: 시간의 경과가 나타나 있다. ‘더 아픈 소리를 신음처럼’(직유법)을 통해 겨울의 추위를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나룻배는 건너오지 않았다: ‘나’와 아버지의 곤란한 상황의 지속을 의미한다.

아버지는 팔짱을 끼고 부동의 자세로 사공 집 삽짝 앞의 버드나무 둥치처럼 꿈쩍도 않으셨다: 버드나무 둥치처럼(직유법)은 아버지의 꿋꿋한 지조, 선비적 면모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공—, 강 건너 주시오.’ 나는 아버지가 그 소리를 한 번 더 질러 주시기를 바랐다: 글쓴이는 아버지의 꿋꿋함을 보며 추위를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두 번 다시 그 소리를 지르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자존심, 지조가 드러나 있다.

그걸 아버지는 치사(恥事)*로 여기신 것일까: ‘그걸’은 아버지가 다시 한번 사공을 부르는 행위를 뜻한다. 글쓴이는 아버지가 사공을 다시 부르는 것을 남부끄러운 일로 여기고 있다 추측하고 있다.

사공은 분명히 따뜻한 방 안에서 방문의 쪽유리를 통해서 건너편 나루터에 우리 부자가 하얗게 서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사공과 우리 부자의 처지를 대비하여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도선의 효율성과 사공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나루터에 선객이 더 모일 때를 기다렸기 쉽다: 사공은 도선의 효율성 때문에 아버지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그게 사공의 도선 방침일지는 모르지만 엄동설한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옳은 처사는 아니다: 사공의 행위에 대한 서술자 ‘나’의 비판적 인식이 직접 드러나 있다.

힘겨운 시대를 견뎌 내신 아버지의 완강함과 사공의 존재가치 간의 이념적 대치였다: 사공과 아버지의 갈등, 대립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념적 대치는 아버지와 사공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지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아버지는 주루막을 지고 계셨다~ 작은증조부께 올릴 세의(歲儀)다: 아버지의 주루막에 든 물건들을 나열하고 있다. 세배를 위해 준비한 아버지의 정성을 보여준다. 

엄동설한 저문 강변에 세의를 지고 꿋꿋하게 서 계시던 분의 모습이 보인다: 추위 속에 꼿꼿하게 서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추사 세한도의 이미지가 연결되고 있다. 현재형 진술을 통해 아버지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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